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20세기의 개인숭배사 탐색

인문학자 프랑크 디쾨터의 저서 '독재자가 되는 법'

20세기 독재자들의 흥망성쇠를 개인숭배 관점에서 조명한 '독재자가 되는 법'이 출간됐다. 중국 현대사의 권위자이자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인 프랑크 디쾨터가 집필한 이 책은 20세기를 오싹하게 만든 독재자 8명의 역사를 돌아본다.

탐색 인물은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뒤발리에, 차우셰스쿠, 멩기스투 등이다.

이들 독재자는 세심하게 연출된 행진, 치밀하게 구축한 신비주의 장막, 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와 출판물 등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전 국민이 자신을 찬미하도록 부추겼다. 히틀러는 신비주의적 유사 종교에 기초한 유대를 강조하면서 자신을 대중과 하나로 연결된 메시아처럼 포장했고,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는 부두교 사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이 초자연적 힘을 가졌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디쾨터 교수는 개인 숭배가 독재 정치의 부수물이 아니라, 독재 정치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어떤 독재자도 공포와 폭력만으로 통치할 순 없다. 일시적으로 권좌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리한 독재자들은 특유의 기술과 연출로써 정적들을 약화시키고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아나갔다.

뜻밖으로 독재자는 원래 나약한 존재였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애초부터 대중의 지지가 있었다면 굳이 폭력을 동원해 권력을 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짜 두려워한 건 국민이 아니라 언제든 자신의 뒤통수를 치며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정적이었다.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독재자는 피비린내 나는 숙청, 교묘한 속임수, 각개 격파 등으로 정적들을 제거해 나갔지만, 결국엔 개인 숭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 숭배를 통해 측근과 반대파 모두를 약화시킬 수 있어서다.

개인 숭배의 목적은 혼란을 일으키고, 상식을 파괴하며, 개인을 고립시키고, 그 존엄성을 짓밟기 위함이었다.

특히 독재자 칭송을 강요함으로써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저자는 독재자의 개인 숭배가 대개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고 말한다.

권력을 얻은 뒤 언론을 장악하고,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나팔수처럼 그 영웅 신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도록 하며, 외국 기자 등을 끌어들여 안팎으로 이미지 제고를 꾀한다는 것이다.

개인 숭배가 절정에 이르면 나라는 온통 독재자의 이미지로 넘쳐난다.

문화대혁명 당시 천지가 마오쩌둥의 찬양 표어와 목소리로 채워졌던 중국이 그랬고, 어디를 가도 최고지도자의 찬양 목소리로 가득한 북한이 그러하며, 초상화와 메달은 물론 심지어 비누에도 무솔리니의 이미지가 새겨졌던 이탈리아 또한 그러했다.

독재자들은 추종자가 만들어낸 환상을 굳게 믿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등장이 있으면 퇴장이 있기 마련. 개인 숭배가 독재자의 수명을 잠시 연장해줬을지언정 몰락은 예고돼 있었다.

자신을 천재라 여긴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군사 전문가를 무시한 채 직접 작전을 주도하다가 패전을 불렀고, 마오쩌둥과 김일성 같은 공산권 지도자들도 농촌 집산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민중을 기아와 빈곤에 빠뜨렸다.

20세기 현대의 독재자들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책에서 거론한 8명을 포함해 100명이 훌쩍 넘는다고 말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불과 몇 개월 동안 권좌를 차지했지만, 누군가는 수십 년간 대를 이어가며 권력을 유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496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