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티에스, 독자 브랜드로 세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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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업의 비결국내 봉제산업의 메카였던 1970년대 서울 구로공단. 충북 청원에서 함께 상경한 고모 셋과 부대끼는 단칸방살이가 시작됐다.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고모들의 뒷바라지로 어렵사리 초·중·고를 마친 뒤 입학한 곳은 연세대 의생활학과. 신금식 신티에스 대표(사진)가 일생을 봉제산업에 몸담게 된 계기다.
구로 봉제공단서 출발한 아웃도어 OEM 기업
13년 전 컴퓨터 한대로 창업
베트남에 봉제공장 세우고
美·유럽 유명브랜드에 납품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신티에스는 국내 토종 자전거 의류 브랜드 NSR을 만드는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전문회사다. NSR은 수입품 일색인 자전거 의류 시장에서 유일한 국내 브랜드다. 재킷, 저지, 타이츠 등 수십여 종의 자전거 의류를 생산한다. 신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자전거 타기가 야외 스포츠로 각광받으면서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신티에스는 원래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연간 1000억원 안팎의 매출 중 90% 이상을 OEM을 통한 수출 물량이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마무트, 이탈리아 다이나핏, 다이네즈, 미국 심스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 납품한다.
신티에스의 경쟁력은 엄격한 품질과 안전관리다. 신 대표가 NSR을 출시한 것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신 대표는 “신소재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며 “최고 품질의 옷으로 남의 브랜드가 아니라 나만의 독자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가 신티에스를 창업한 건 2004년. 창업자금이 부족해 달랑 컴퓨터 한 대와 4000원짜리 중고 전화기를 놓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니던 직장(기도산업)에서 사업부 본부장으로 일하며 쌓은 해외 네트워크가 그에겐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창업 2주 만에 연락이 닿은 스페인의 한 거래처로부터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납품 주문을 받으며 거래의 물꼬를 텄다. 이 거래처는 신 대표를 믿고 사업 자금까지 투자했다. 주로 중국 등에 OEM 생산을 맡겼던 신 대표는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자 직접 공장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베트남에서 좋은 조건에 나온 공장을 매입해 2006년부터 독자 생산에 나섰다.현지 여공들 얼굴에서 함께 살던 고모들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부터다. 신 대표는 당시 하노이 일대 공장들 중 처음으로 탁아소를 설치해 직원들의 육아를 도왔다. 식단 품질도 근방에선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신 대표는 “돌이켜보니 봉제산업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에게 밥을 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일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