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부진에 '독한 처방'…롯데온 수장 교체

야심찬 출발…초라한 성과
조영제 대표 1년만에 전격 경질
새 수장엔 외부 전문가 영입키로

롯데쇼핑 구조조정 칼바람
마트부터 희망퇴직 신청 받아
온라인 사업 대폭 손볼 듯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롯데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롯데쇼핑 산하 7개 사업부문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ON(이하 롯데온)’의 실패를 질책한 발언이었다.

롯데그룹은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을 선보이며 ‘온라인 쇼핑’에 가장 먼저 발을 디뎠다. 그러나 온라인쇼핑 부문에서 롯데는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들은 물론이고 다른 백화점 업체에도 밀리고 있다. 신 회장은 25일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대표(e커머스사업부장)를 전격 경질했다. 향후 롯데그룹의 온라인쇼핑 사업에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강력한 구조조정 돌입한 롯데

롯데지주는 이날 자료를 통해 “조영제 사업부장이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롯데온을 정상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하이마트, 홈쇼핑, e커머스 등 7개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부문을 통합해 출범한 그룹 공식 온라인 플랫폼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롯데온을 “‘100년 기업 롯데쇼핑’을 위한 미래성장동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첫해 실적은 참담하다.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개 계열사의 직전 연도 온라인 거래액을 단순 합한 것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합 효과가 사실상 전무했다. 이마트몰을 흡수한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규모도 초라했다. 롯데온의 거래 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15조원) 등 디지털 유통 강자들에 못 미쳤다.

만만치 않은 ‘부활의 길’

롯데온의 실패는 국내 유통산업 부동의 1위였던 롯데쇼핑의 자만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그룹 통합 멤버십인 엘포인트 회원만 4026만 명(작년 10월 말 기준)”이라며 “유통에서부터 식·음료 제조, 화학,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와 관련한 거의 전 영역에 걸쳐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자부심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지적했다.

롯데온을 준비 단계부터 챙겨온 조 대표의 경질은 롯데쇼핑 사업부문 전반에 대한 칼바람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24일 롯데마트 부문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롯데쇼핑을 이끄는 강 부회장은 출혈 경쟁을 통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30조원에 육박했던 롯데쇼핑 매출은 지난해 16조원 규모로 줄었다. 2017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 작년까지 1조9730억원의 ‘마이너스’를 냈다.

조직 전반에 대한 손질도 예상된다. 강 부회장은 최근 자신 직속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임명했다. 롯데쇼핑에 자문을 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롯데온은 사업부문별 따로따로 돼 있는 상품 코드를 맞추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며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에 길들여진 롯데쇼핑의 체질을 디지털 유통 마인드로 얼마나 빨리 전환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