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완전한 해결' 한 걸음 앞으로…특별법 전부 개정 완료

희생자 위자료 지급, 군사재판 수형인 일괄재심 등 담아
추가 진상조사 통한 미군정 역할 진상규명 진전 전망

올해부터는 제주4·3 희생자 위령제단에 동백꽃을 바치는 유족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까.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 발생한 제주4·3은 이념의 굴레를 벗지 못해 수십 년간 역사의 어둠에 묻혀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월 제주4·3특별법이 공포돼 국가 차원에서 제주4·3의 아픔을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희생자들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이기에는 부족했다.

지난 20대 국회 때인 2017년 12월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가 무산돼 폐기됐다.

그러다 특별법 첫 제정 21년여 만에, 전부 개정 시도 3년여 만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비로소 따스한 봄 햇살 맞으며 추운 몸을 녹일 수 있게 됐다.이번 개정된 제주4·3특별법은 크게 희생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과 수형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 추가 진상조사 등 세 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 희생자 배·보상 성격 위자료 지급
개정된 제주4·3특별법 제18조(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 마련을 한다'이다.

이에 따라 정부(행정안전부)가 보상이나 위자료 지급 방안 및 재정 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위자료 지급 등의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게 된다.정부의 보상 기준 등 재정 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이 끝나면 추가 법 개정이나 별도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위자료 지급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민주화운동 보상 3법 등 입법사례', 한국전쟁 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배·보상 관련 발의 법안' 등의 국내 사례와 독일과 대만의 과거사 사건 피해자 등에 대한 배·보상 등 경제적 지원을 하는 사례를 살펴볼 계획이다.

정부는 희생자에 대한 경제적 배·보상의 성격 및 용어 정리, 금액 및 산정 기준 등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금액 도출, 구체적 산정 기준, 지급 방식, 지급 대상, 비용 추계, 예산 확보, 반영 방안 등을 도출하고 유족들과도 공감대 형성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법률적 용어로 위자료는 불법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배상을 위자료라고 한다.

보통 생명, 신체, 자유, 명예 등의 침해로부터 발생하는 손해의 배상을 말한다.

정부·여당, 제주4·3 유족들은 보상 방안으로 위자료 지급에 대해 합의를 한 상태다.

특별법 전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의원은 "전부 개정안에는 보상의 기준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의 희생자 및 유족에게 판결로써 지급한 위자료 총액을 평균한 금액으로 제시했다"면서 "위자료 개념상 배상의 용어가 담겨 있고 배상의 용어를 정부가 수용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군사재판 수형 피해자 일괄 '직권재심'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형무소로 끌려간 군사재판 수형인 희생자들은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일괄 직권재심으로 명예 회복이 가능하게 됐다.

또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는 개별 특별재심을 권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제주4·3 중앙위원회)가 법무부 장관에게 일괄 직권 재심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은 제주지검 검사에게 재심절차를 수행하도록 하고, 검사는 관련 선례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재심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재심을 신청해 개시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또 최종 결정까지 2년이 넘게 걸리던 재심 재판의 소요 기간이 단축되며, 재심 결과도 희생자들이 훨씬 유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제주4·3특별법에는 수형인에 대해 직권재심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재심 사유를 명시해 사법부가 법률상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심 전제 조건을 충족하게 했다.

오영훈 의원은 "수형인 피해자들이 대부분 제주에 있고 이동이 어려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재심을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또 3천500여명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인에 대한 법률적 정리와 더불어 가족관계록부 정리 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 수형 피해 과정·미군정 역할 추가 조사
마지막으로 제주4·3의 바른 이름(정명)을 찾는 추가 진상조사가 진행된다.

제주4·3은 '사건'으로 불리고 있지만 적확한 성격 규정으로 사건이 맞지 않다는 게 유족 및 학계의 다수 의견이다.

국회는 추가 진상조사와 관련해 제주4·3 중앙위원회에 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한 위원을 추가해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또 위원회 내에 조사 개시 및 조사 내용에 대한 심의 의결을 수행할 별도의 진상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으며, 제주4·3평화재단이 실질적으로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추가 진상조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 공식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했다.

오영훈 의원은 "다른 지방 형무소로 끌려갔던 수형인에 대해서 특정 형무소로 끌려가는 과정과 방식, 수형 피해자들 상당수가 어떻게 행방불명이 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미국의 기밀문서 해제를 통한 미군정 문서 접근으로 제주4·3 초기 미군정의 역할을 조사할 수 있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주4·3 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해 기존 제주4·3 제2조(정의)에 '저항과 탄압', '봉기', '민간인의 집단적 희생' 등의 내용을 포함해 정의를 더욱 명확히 했다.

개정된 제주4·3 정의는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를 계기로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에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의 해제까지 무력 충돌과 공권력이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이다.또 제주4·3 특별법 전부개정에는 제주4·3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비롯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