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 대통령 선거 개입 법적조치" vs 與 "백년대계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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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가덕도行 논란 확산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가덕도 방문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서도 “정부·여당에 경고 메시지를 내라”고 몰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야당의 행보를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野, 선거법 위반 여부 본격 검토
선관위에 "매표행위 경고하라"
與 "음모론으로 세상 보면 안돼
선거 있으면 靑 밖으로 못나가나"
하태경 "예쁘게 봐줘도 된다"
野내부, PK-TK '내홍' 우려도
○국민의힘 “대통령 탄핵 사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전날 가덕도를 찾은 문 대통령에 대해 “관권선거의 끝판왕”이라며 “선거 개입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섰다.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주요 선거 때마다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일 하루 전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정부·여당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추진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야권은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선거운동본부 역할에만 충실하다”며 “가덕도를 간 건 선거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내팽개친 사건”이라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선관위를 향해 “공직선거법의 최후 보루로서 대통령의 부산행과 갖가지 매표 행위에 대해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날 발표된 여론조사(23~25일 한국갤럽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은 35%를 기록했다. 전달(23%)과 비교해 12%포인트 올랐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추진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PK 지지율은 27%였다.
국민의힘은 2012년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책자를 인용해 “공무원의 중립 의무는 대통령의 경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도를 넘는 선거 개입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지 탄핵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 “야당 주장은 음모론”
민주당은 대통령의 당연한 행보를 국민의힘이 입맛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야당의 선거 과잉이고 국민을 모독하는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모론적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북풍 한파도, 따듯한 날씨도 전부 선거용이 된다”고도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선거가 있으면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만 있으라는 말인가”라며 “야당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은 서울 어디도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부산행에 대해 “동남권 메가시티는 대한민국의 성공 전략”이라며 “선거용이 아니라 국가 대계”라고 강조했다.
○신공항 놓고 또 갈라진 野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행보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야당 내부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게 변수다. 부산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부산에 한 번 갔다고 해서 시민들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 정도 애교는 예쁘게 봐줘도 되지 않으냐”고 했다.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이 문제를) 야당이 지나치게 언급하는 것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 같은 야당의 상황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일 해저터널을 뚫자고 하고, 주 원내대표는 가덕도를 찾은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하고, 대구 의원은 반대하고, 부산 의원은 찬성한다”며 “‘부산의 짐’다운 행태”라고 비꼬았다.
야권에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건 부산 표심에 좋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경 발언을 할 수 있겠지만 당 전체가 정권의 ‘부산 챙기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