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절반이 대졸…대학 구조조정, 더이상 실기 말아야

해묵은 대학위기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국의 상당수 대학이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유리된 커리큘럼, 뒤떨어진 학제 탓에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졸업생은 기업의 눈길을 끌지 못한 지도 오래다. 이런 위기적 상황에서 국민 절반이 ‘대졸’ 이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민교육수준’ 지표를 보면 2019년 현재 25~64세 성인의 50%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등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5위, 청년층(25~34세)만 따로 놓고 보면 대졸 비율(69.8%) 세계 2위라는 화려한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과’도 위기의 한국 대학이 처한 현실을 조금도 감추지 못한다. 성과는커녕 전형적 ‘외화내빈’이 한국 대학의 실상이다. 전국 162개 4년제 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대졸 고용률만 봐도 OECD 평균은 86%에 이르지만, 한국은 78%에 그친다.‘대졸 간판’이 보편화된 학력 인플레이션 속에서 인적자원의 실질 경쟁력이 무엇인지, 한국의 고등교육은 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내놓지 못했는지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 변화에 뒤처진 커리큘럼 등 대학의 토대를 흔드는 요인에 대한 지적이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대응 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생아 수가 27만2400명(2020년)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총 입학 정원 55만 명대에 이르는 대학·전문대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좀비 대학’을 유지하는 땜질식 임기응변이 아니라 획기적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따라 진행한 정원 감축은 옥석 가리기 없이 대학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식이었다. 교육당국이 보조금을 내세워 영향력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지자체와 정치권도 맹목적 지역주의로 부실대학의 퇴출을 가로막으며 ‘환부’를 키웠다.

부실 대학을 언제까지나 공공 보조금에나 기대어 연명하게 할 수는 없다. 부실 대학을 위한 ‘퇴로’도 다각도로 열어줄 필요가 있다. 각 지역의 대학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산학협력 연구시설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산업용지나 상업용지로 활용 못 할 이유도 없다. 재단의 역할에도 좀 더 재량을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