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스베이거스, 관광객 세금 감면 인센티브 도입 추진

25일 네바다주 의회 상하원 법안 발의
침체된 관광시장 조기 회복 위한 조치
소비·호텔·엔터테인먼트세 등 감면 추진
전시·컨벤션 행사 및 참가자도 공제 대상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가 관광객과 전시·컨벤션 등 비즈니스 행사 참가자의 세금을 감면하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라스베이거스 지역방송인 KLAS-TV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캐서린 코르테즈 마스토 상원의원과 스티븐 호스포드 하원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이 담긴 '호스피탈리티(환대) 및 커머스(상업) 일자리 회복 법안'을 발의했다.

○지방정부 재정 악화 우려에도 세금 감면 추진

법안은 호텔과 카지노, 레스토랑 등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과 관광객, 기업회의,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행사 참가자에 대한 세금 공제가 골자다. 부가가치세가 없는 라스베이거스는 소비세(sales and use tax)와 호텔세(room tax)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세(live entertainment tax) 등 지방세를 부과한다.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와 클라크카운티 재정에 포함되는 소비세는 세율이 8.375%다. 네바다주는 부족한 지방재정을 채우기 위해 3년여 만인 지난 2020년 1월 소득세 세율을 0.125%p(포인트) 인상했다. 호텔 객실료에 포함된 호텔세는 13.35%, 200명 이상이 관람하는 서커스와 콘서트 등 공연 관람료에 포함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세는 세율이 9%다.

네바다주와 클라크카운티, 라스베이거스가 세수(稅收)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을 감수하면서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든 건 관광 수요를 단기간에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관광·마이스산업이 30여년 전 수준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실업급여와 같은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르테즈 마스토 의원은 "코로나 사태로 파괴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은 환대, 여행·관광 분야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카지노 수입 78억 달러… 23년 만에 '최저'

라스베이거스는 지난해 3월 코로나 비상사태로 카지노와 클럽, 쇼핑몰, 공연장 등 주요 관광·상업시설 운영이 중단됐다. 세 달 뒤인 6월 카지노와 쇼핑몰 등 시설이 수용인원의 25%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재개장했지만, 12월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면서 침체된 시장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호스포드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법안이 시장의 신속한 반등을 이끌어 초토화된 라스베이거스 관광산업의 조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에 따르면 2019년 4200만명이 넘던 관광객은 지난해 1900만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1989년 1810만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관광객이 반토막 아래로 줄면서 연 190억 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의 관광시장은 절반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미국게이밍협회는 최근 "2019년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하던 네바다주 카지노 수입이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78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지노 등 미국 전체 게임 매출은 17년 만에 가장 낮은 300억 달러(33조8000억원)에 머물렀다.

연 평균 90%에 육박하던 호텔 객실 점유율은 5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주중에도 객실과 연회장을 가득 채우던 연 1000억 달러(112조6000억원) 규모의 전시·컨벤션시장이 멈춰서면서 엠지엠(MGM), 샌즈(Sands), 윈(Wynn) 등 주요 호텔·리조트는 분기당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전역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관광객을 실어 날으던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여행사 등도 지난해 1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안았다.

○"세금 감면 법안… 공화당도 초당적 지지"

고용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주정부의 비상사태 선언으로 카지노와 클럽, 쇼핑몰, 공연장 등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25만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상사태 한 달만인 지난해 4월 한때 실업률은 전국 최고인 34%까지 치솟았다.
이후 절반에 가까운 일자리가 복구됐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상태다. 코로나 사태 이전 3.6%이던 라스베이거스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8%p 오른 11.5%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실업률은 종전 3.3%보다 3.1%p 많은 6.4%다.

미국 사회과학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는 "라스베이거스는 전체 근로자의 28%가 호텔과 카지노 등 관광 관련 종사자로 코로나19 사태로 관광시장이 셧다운되면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산업 규모는 190억 달러로 미국 내에서 올랜도(260억 달러(약 29조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호스포드 의원은 "직원을 재고용하거나 시설 개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세금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에 대해 공화당에서도 초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빌 혼버클 MGM 리조트 사장은 "봄이 끝날 무렵인 6월 쯤이면 시장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주정부가) 지역경제 조기 회복을 위해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네바다주는 이달 15일부터 카지노와 경마·볼링장 등 레저시설의 수용인원 제한을 25%에서 35%로 높였다.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실내 쇼핑몰과 소매상점 등도 수용제한 규모가 50%로 확대했다. 다만 나이트클럽 등 고위험 유흥시설은 5월 1일까지 영업제한 조치가 계속된다.
스티브 시솔락 네바다주 주지사는 "4월 말까지 코로나 확산 추세와 지역 의료시설 수용력 등을 감안해 5월부터는 수용제한 기준을 50%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