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日, 네이버 美서 '질주'…서로 "내가 웹툰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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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글로벌로 전선 확대먼저 폭죽을 터뜨린 건 카카오였다. 작년 11월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최정상에 섰다는 발표를 했다. 글로벌 데이터 조사 업체 앱애니를 인용하며 카카오는 “카카오재팬 웹툰 앱 ‘픽코마’가 글로벌 매출 1위 플랫폼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질세라 네이버는 바로 다음달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네이버는 글로벌 1위 웹툰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언했다.기준에 따라 세계 1위 플랫폼은 달라진다. 앱별로 봤을 때 카카오의 픽코마가 1위인 것은 맞지만 ‘네이버웹툰’ ‘웹툰’ ‘라인망가’ 등 다채널 플랫폼 전략을 쓰고 있는 네이버 측 매출을 합친 법인별 1위는 네이버다. 한 곳만 살아남는다는 ‘플랫폼 전쟁’에서 양사의 경쟁심과 긴장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해프닝이다.
카카오, 日 시장 찍고 美로
美 1위 네이버는 日서 '반격'
일본, 카카오의 뒤집기 한판
세계 최대 디지털 만화 시장 일본의 전통 강호는 네이버였다. 2013년 출시된 네이버 디지털 만화 플랫폼 ‘라인망가’는 출시 때부터 국민 메신저 라인을 등에 업고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후 슈에샤, 고단샤 등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만화 출판사들이 만화 앱을 내놨지만 네이버의 위치는 요지부동이었다.이런 상황에서 2015년 카카오재팬에 김재용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재팬은 카카오톡 일본 서비스에 주력했다. 하지만 카카오톡 일본 서비스는 월간사용자수(MAU)가 150만 명도 나오지 않는 등 카카오에 일본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김 대표는 취임 1년 만인 2016년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설립했고, 카카오재팬의 무게중심을 픽코마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김 대표는 “당시 디지털 만화시장이 과도기였기 때문에 후발주자여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김 대표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친 지난해 일본에선 디지털 만화 플랫폼 수요가 폭발했다. 이 수요를 픽코마가 그대로 흡수하며 일본 1위 플랫폼 자리를 꿰찼다. 연재 방식이 달랐다. 라인망가를 포함한 대부분 일본 만화 앱은 보통 만화책 한 권 분량의 단행본 연재 방식의 콘텐츠가 많다. 만화책 중심 출판문화가 남아서다. 픽코마는 모바일에 잘 맞는 에피소드 단위 연재로 차별화를 꾀했다. 에피소드 연재가 전체 콘텐츠의 75%에 달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빠른 연재가 가능한 에피소드형이 빠른 소비 패턴을 보이는 모바일에 잘 맞았다”고 했다.
미국, 네이버의 독주
미국에선 네이버의 끈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4년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미국 시장을 정조준했다. 문화가 완전히 다른 미국 땅에서 네이버가 택한 전략은 현지 생태계 활용. 같은 해 미국 아마추어 작가들의 웹툰 등용 플랫폼인 ‘캔버스’를 마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래 걸리는 길이었지만 멀리 내다보려 했다”고 설명했다.2014년 영어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의 북미 MAU가 10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5년(2019년 11월)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차근차근 쌓은 콘텐츠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온라인 콘텐츠 소비문화 확산으로 지난해 5월 기준 이용자 수가 640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내 만화 앱 1위는 단연 네이버 웹툰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뒤처진 시장에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에피소드형 콘텐츠를 늘리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무상코인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 웹툰의 우수한 운영 및 개발 역량을 투입해 라인망가를 단행본 중심에서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비스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분기 라인망가의 MAU는 전년 대비 20%, 결제자 수는 46% 증가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미국 디지털 만화 플랫폼 ‘타파스’ 지분 29.6%를 추가로 확보했다. 총 40.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업계에선 아예 타파스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타파스는 미국 만화 앱 중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타파스를 통해 카카오도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웹툰 플랫폼 최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