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연봉 2억 보장"…文정권 말 '친문 알박기' 기승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줄줄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 판결 이후 차기 정부에서 물갈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기 말 ‘알박기 인사’가 기승을 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 후보에 친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가 끝난 강원랜드 사장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던 이삼걸 전 행안부 차관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연봉은 2억원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임 자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추천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또 다른 여권 인사들과 전·현직 관료들의 치열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사장 역시 연봉 2억원대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오르거나 내정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 충주에서 고배를 마신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은 인천국제공항 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서울 송파갑에서 낙선한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은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 내정됐다.

임기가 끝난 대부분의 공공기관장에는 보은 인사로 해석될 만한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지난달 취임했다. 제주에서 3선을 지낸 김우남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장에 임명됐고,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사실상 내정돼 결국 선출됐다. 전문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공항철도 사장에 지난달 취임한 이후삼 전 민주당 의원은 안희정 충남지사 정무비서관,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정무특보 등을 지낸 정치인이다. 공항철도와 관련된 경력은 20대 국회에서 2년간 국토교통위원회 활동이 전부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으로 21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은 보험연수원장에 임명되면서 ‘면죄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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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환경부가 주도한 산하 단체의 물갈이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강요 등의 범죄 행위로 적시하면서 이들의 임기 보장은 확실시된다.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70여곳의 기관장이 공석 또는 임기 만료로 교체될 예정이다.

정부 출범 후 코드 인사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건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며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고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장 자리도 올해 상반기 안에 공석이 된다”며 “대선 전 임명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여권이 들썩이고 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