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산업 태동, 전기차의 진화 [애널리스트 칼럼]

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카 = 전기 구동 + 통신(IoT) + 자율주행 차량"

긴 미래를 상상해보면, 자동차는 “사람이 탈 수 있는, 자율주행하는 스마트폰 또는 PC”가 될 것이다. 스마트카를 이루는 세 영역의 기술이 골고루 발전하고 있고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것이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전기차다. 전기차의 대용량 배터리가 복잡한 통신과 자율주행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자동차의 진화는 이제 시작이다.전기차가 스마트카로 진화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이 생긴다. 스마트카 사업의 고객은 가계 소비자, 차량 공유 기업, 물류 기업 등이다. 스마트카 판매자는 완성된 스마트카를 파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거나 구독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완성차기업은 제조사업자에서 이익률이 더 높은 제조 및 서비스사업자로 진화한다. 스마트카를 활용해 직접 로보택시 사업과 물류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탑재 수수료 및 광고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현존하는 완성차 기업들은 앞으로 차량 공유/로보택시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기술 발전, 즉 차량 가동률 향상으로 인한 신차 판매 감소분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다. 점점 완성차 기업과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그리고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면서 스마트카 제조업에 진출하려는 빅테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한편, 그들간의 협업도 많아질 것이다. 경쟁기업/진영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고객 유치, 기술경쟁력 획득을 위해서다. 세 집단 간의 협력과 경쟁은 완전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선도적인 완성차 기업과 스타트업, 빅테크들은 세계 주요도시에서 이미 무인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은 방대한 양의 고객과 차량 이동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산업 분석을 위해 완성차 기업,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그리고 자율주행기술을 가진 빅테크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되면 로보택시와 스마트 물류 서비스가 본격화할 것이다. 특히, 로보택시가 활성화되면 현재 평균 10% 내외인 승용차 가동률(운행 시간 기준)은 많게는 10배 가까이 상승한다. 차량 소유주는 직접 차를 운행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율주행기능을 활용해 차량 공유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플랫폼 기업은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다.

실제로 다양한 섹터의 여러 기업들이 “스마트카 산업”이란 하나의 생태계로 모이고 있다. 기존의 완성차기업은 차량 하드웨어 양산을 주로 맡고(ex. 길리자동차), 디지털 디바이스를 생산해본 기업(ex. 폭스콘), 데이터/AI/클라우드 기술을 가진 인터넷기업(ex.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사용자들을 연결하고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ex. 디디추싱, 그랩), 태양광 발전시설/ESS/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ex. CATL, BYD), 전력변환/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ex. BYD,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스마트카” 산업 생태계 확장에 동반한다. 최근 이슈화 됐던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애플카’ 관련 보도가 이러한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스마트카는 IT와 전기차가 결합하는 새로운 기술 집약 제품이다. IT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고 경쟁력을 가진 회사와 전기차 하드웨어 대량생산 능력이 뛰어난 회사가 시너지를 낸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품보다 공급망과 기술이 복잡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려는 기업보다는 연합 전선을 구축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킨 기업군이 산업 성장을 리드하고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이 크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