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국도 마비 원인은…단시간 많은 눈에 속수무책

통행량 증가와 월동장구 안 갖춘 차들도 한몫

폭설이 쏟아진 3·1절 연휴 마지막 날에 빚어진 동해안 고속도로와 국도 마비는 무엇 때문에 발생했을까?
짧은 시간에 쏟아진 많은 눈과 늘어난 교통량,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 이번 눈이 시작된 시점은 1일 새벽부터 오전 8시 사이다.

초기 적설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도로 관리당국의 제설작업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은 원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오전 11시를 넘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진부령 7㎝, 미시령 5.3㎝를 보였던 적설량은 오후 1시에는 17.1㎝와 15.1㎝로 불과 2시간 만에 10㎝ 이상 증가했다. 이어 오후 3시에는 진부령 27㎝, 미시령 24.5㎝로 증가, 1시간여 만에 10㎝에 가까운 폭설이 쏟아졌다.

눈의 강도는 갈수록 더해져 오후 6시에는 미시령 43.3㎝, 진부령 39.9㎝로 늘어났다.

이처럼 폭설이 쏟아지자 오후 들어 미시령동서관통도로와 진부령 등 고갯길이 통제 또는 부분통제 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도로 통제는 동해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로까지 이어졌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도로를 막자 뒤따르던 차량까지 연쇄적으로 멈춰서면서 차량으로 뒤엉킨 도로는 순식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도로에 늘어선 차들 때문에 제설 차량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결국 도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연휴를 동해안에서 보내고 돌아가는 귀경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행량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미시령과 진부령 통제로 대부분의 귀경차량이 고속도로로 몰렸고, 늘어난 차량 때문에 제설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설예보에도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운행에 나선 차량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일차적으로 도로를 막은 차량 대부분이 스노타이어나 체인을 장착하지 않은데다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의 경우 눈길 오르막에서 멈춰 섰다가 출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교통 마비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이번에 내린 눈이 물기가 많은 습설(습기 있는 눈)인 것도 마비 사태에 영향을 줬다.

습설은 다져지면 건설보다 미끄러워 제설이 안 된 도로에서 차량이 잘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눈길에서 월동장구 없이 애를 먹은 운전자들은 "마치 미끄럼을 타는 기분이었다"며 "겨울철에는 월동장구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