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일본 車부품社도 뚫은 '리틀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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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구리 소재 생산업체 이구산업구리는 열과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금속이다.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반도체, 전기·전자제품, 주방용품, 기계장치, 건축재, 동전 등 안 쓰이는 곳이 드물다. 생활용품부터 첨단소재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비철금속의 대표적인 기초소재다. 이구산업은 구리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1968년 설립된 이구산업은 같은 해 출범한 풍산과 더불어 동(銅)산업 1세대 기업으로 국내 비철금속 제조업의 핵심인 구리 소재 산업을 이끌고 있다.
생산량 60%가 자동차부품용
전기차 배터리용 주문도 급증
中 수요 늘며 구리값 상승 전망
고부가성 제품 생산 늘릴 계획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도 개발
이구산업은 구리 성분 99.99%의 순동과 구리에 아연을 섞은 황동, 구리와 주석을 배합한 인청동 등을 주로 생산한다. 생산량은 월 4000t 정도. 매출은 지난해 기준 2029억원이다. 생산 분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풍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방식은 철강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거의 비슷하다. 비철금속 제조업계의 ‘리틀 포스코’로 불리는 까닭이다.이구산업이 생산하는 구리 소재가 활용되는 분야는 라디에이터 핀, 차량용 커넥터 등 대다수가 자동차 부품이다. 생산량의 약 60%가 자동차 부품용으로 쓰인다. 손인국 이구산업 회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자동차업체도 이구산업의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전기차 배터리용 단자와 리드프레임 등에 쓰이는 전기차용 소재도 만든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용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 주문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사의 1, 2차 벤더에 납품한다. 궁극적으로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차, 독일 폭스바겐 등에 이구산업의 제품이 쓰이는 셈이다. 발광다이오드(LED)용 단자, 스마트폰, TV 등 전자제품 소재와 공조기 및 보일러용 열교환기, 동(銅)기와 등 건축자재 등에도 이구산업의 제품이 널리 공급되고 있다.
이구산업은 주식시장에서도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실물 경기예측을 가늠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돼 ‘구리 박사(Dr. Copper)’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지난달 24일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다. 손 회장은 “중국 등의 수요가 늘면서 구리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품질 향상을 통해 고부가성 제품 생산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첨단설비 갖춰 정밀한 제품 생산
부친이 창업한 이구산업에 손 회장이 합류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다. 생산량이 연 30~40t 정도에 불과하던 시절이다. 서울 성수동에 있던 이구산업은 1978년 경기 안산 반월공단으로 옮겼다가 품질 향상을 위해 2003년부터 평택 포승공단에 공장을 착공해 2017년 완전히 이전했다. 손 회장은 “구리 소재는 효율적인 전기 전도를 위해 기포를 최소화하고 표면 처리가 매끄러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용 소재를 만들려면 훨씬 정밀한 제품이 필요해 첨단설비를 갖춘 공장이 필요했다”고 했다.반세기를 훌쩍 넘긴 이구산업의 사명은 ‘이로움이 오래간다(利久)’는 뜻을 담고 있다. 인류가 1만여 년간 애용해온 구리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이구산업의 대표 전화번호 끝자리도 ‘2929’다. 이구산업은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이구산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황동봉 등을 주로 생산하는 국일신동을 비롯해 스테인리스 와이어를 생산하는 덕흥제선, 기계설비·시공에 특화한 이구엔지니어링, 친환경 리사이클링 회사인 이구에코텍, 종합무역업을 담당하는 이구무역 등 5개의 회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이사장을 맡아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