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급한 與 압박에 20조 '슈퍼 지원'
입력
수정
지면A1
690만 명에 4차 재난지원금…선별이면서 규모는 3차 때의 2배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기획재정부의 건전재정 소신은 또다시 꺾였다. 정부는 2일 국무회의를 열어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및 방역대책 방안을 의결했다. 19조5000억원 중 4조5000억원은 기존 예산으로, 나머지 15조원은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된다.
작년 총선서 돈풀기 효과 본 與, 이번에도 10兆 빚내 '생색내기'
▶본지 2월 18일자 A1면 참조 관련기사 A3, 4면정부는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이달 말부터 15조4000억원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월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 690만 명에게 1인당 최대 1000만원이 지급된다. 전기료 감면을 합치면 1인당 최대 수령액은 1180만원이다. 코로나19 백신 구매 등엔 4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 방식으로 결정됐다. 전 국민이 대상이던 지난해 1차(14조3000억원) 때보다 예산이 1조원 이상 더 들어간다. 8조5000억원인 3차 재난지원금과 비교해서는 두 배에 가깝다. 지원 대상을 추가하고 지원금을 크게 늘린 결과다. 소상공인만 보면 대상이 3차 때 280만 명에서 이번에 385만 명으로 늘었고, 최대 지급 금액은 300만원에서 1000만원(전기료 감면 제외)으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해 톡톡히 효과를 봤던 더불어민주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압박한 결과다. 애초 기재부는 12조원의 추경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20조원 이상의 추경을 요구하면서 역대 세 번째 규모의 추경 예산안이 확정됐다.기재부는 나랏빚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 결산잉여금까지 동원하기로 했지만 9조9000억원의 국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 국가채무 전망치는 965조9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48.2%에 이를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반드시 국민 누군가는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경목/서민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