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직접 新산업 인력 키운다

美 조지아 '퀵스타트' 빼닮은
대구·경북 '휴스타 사업' 눈길

車·로봇·AI·SW 등 8개 분야
숙련된 인재 양성…현장 투입
2023년까지 3000명 육성 목표
대구 휴스타대학에서 학생들이 로봇을 활용해 기업 현장에 맞춘 실습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미국 조지아대에서 최근 해외연수를 한 최영숙 경상북도 대변인은 조지아주가 기아자동차 등 기업 유치를 위해 오래전부터 ‘퀵스타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을 알고 놀랐다. 조지아주는 2000만달러를 투자해 6000여㎡ 규모의 기아 조지아트레이닝센터에 실제 기아차 생산 현장과 같은 환경을 조성했다. 트레이닝센터 이수자들은 기아차 공장 준공과 동시에 곧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이수자 900명 중 450명이 기아차 공장에 취업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조지아주는 1967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금까지 5000여 개 프로그램으로 70만 명을 교육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안동시가 조지아주의 퀵스타트처럼 신산업 분야 투자 유치 기업에 숙련된 인력을 제공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19년부터 미래형자동차 로봇,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의료, 바이오 등 대구·경북 8대 신산업 분야 인재를 양성해 곧바로 기업에 투입하는 휴스타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시가 418억원, 경상북도가 190억원을 분담한다. 2023년까지 신산업 분야 숙련 인재 3000명, 지도자 50명 양성이 목표다. 2019년 10월 개강한 휴스타 1기는 로봇 의료 SW 분야에 49명이 취업해 80% 취업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휴스타 인재 3명을 뽑은 대구의 시스템통합(SI) 전문 기업인 범일정보의 국승수 본부장은 “직장 내 교육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매년 인재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벤처기업인 인코아의 강임술 상무는 “의료기기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인허가받는 과정이 힘들어 숙련된 직원이 항상 부족한데 휴스타가 이런 인재를 공급해줘 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의 휴스타 사업은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위기를 겪는 대학의 혁신을 앞당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물산업 분야 휴스타대학 사업단장인 정진영 영남대 교수는 “대구의 물산업 기업은 환경공학, 건설시스템, 화학을 두루 섭렵한 학생이 필요한데 이런 3~4개 학과의 수업을 함께 가르치는 대학은 없다”며 “휴스타 사업이 대학의 학과를 융합하고 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동시는 올해부터 60억원을 매년 백신, AI, 문화, 관광, 식품 등 5대 전략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투자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0명의 인턴을 채용했다. 박성수 안동시 부시장은 “5대 전략산업 분야 35개 기업에서 160명의 인재를 요청한 상태”라며 “안동시가 6개월간의 인턴 교육비는 물론 대학에 필요한 장비와 연구개발비도 함께 지원한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