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정상적 외교소통은 이제 일본 몫"…대화 의지 재차 강조

정의용 장관, 내일 이용수 할머니 면담…"위안부 피해자 소통 강화"
'대일 정책 정신분열적' 비판엔 "깊은 실망"…"미국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
정부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대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마주할 의지가 있음을 재차 강조하면서 일본이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책 논의를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일 간의 정상적인 외교적 소통은 이제 일본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일본 내 분위기상 당장 호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려운 과거사 현안과 관련해 역지사지 정신으로 대화 의지를 밝힌 부분도 주목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경제 사안인 수출규제로 보복에 나서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도 현금화 우려를 이유로 협조하지 않는 등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분야 협력도 쉽지 않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취임했지만, 아직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등 고위급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통화하려고 하지만, 일본은 현재 한국과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바로 응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외교부 당국자는 통화 시점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양쪽에 다 있기 때문에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우리는 가급적 조속히 통화할 의사가 분명히 있는 것이고 일본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차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한일관계 개선이 일차적 목표로 보이지만,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를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미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일본에 공을 넘겼다고도 볼 수 있다.현재 일본 내 분위기는 강제징용보다 지난 1월 판결로 불거진 위안부 문제를 더 신경 쓰는 것으로 외교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당면한 위안부 판결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돌파구가 마련돼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오후 외교부에서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대일 정책 기조를 비난한 것에 대해 "한일관계 난해함을 몸소 체험했을 전직 고위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비판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계신 데 대해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이 대일 강경론에서 유화론으로 180도 달라졌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다"며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냈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다.

당국자는 "이 글에 담긴 한일관계 인식 및 진단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현재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황은 과거사와 다른 협력 분야를 연계한 일본 측의 불응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대일 정책 기조를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한일관계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해서 우리가 한일관계를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