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5조 팔아치운 기관…S-Oil은 2000억 샀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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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중심으로 매물 쏟아국내 증시에서 기관의 매도세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올해 들어서만 25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그러나 팔자를 외치면서도 S-Oil(에쓰오일)은 2000억원 넘게 사들여 관심을 끈다. S-Oil은 미국 텍사스 한파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S-Oil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로 높여잡으며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S-Oil, 이달 24% 급등
"10만원까지 오를 것"
올 들어 25조원 넘게 팔아치운 기관…연기금 절반 차지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기관은 총 25조6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연기금이 12조9000억원 팔면서 기관 내 순매도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투신(-3조3400억원) 금융투자(-3조3900억원) 보험(-2조7200억원) 사모(-2조3800억원) 등의 순이다.연기금은 내부적으로 투자자산군(포트폴리오)을 조성하고 비율에 맞게 자금을 운용한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큰 폭 상승하면서 조정할 필요성이 생기자 주식을 연일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는 176조7000억원(21.2%)다. 올 연말 목표치인 16.8%보다 4.4%포인트 더 높다.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려면 주식을 36조7200억원가량을 더 팔아야 하는 셈이다.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내부 포트폴리오가 정해져 있는 만큼 비중에 맞춰 운용을 한다"며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비중 조절이 필요해졌고, 연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는 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연기금의 순매도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연기금의 매도로 다른 주체들의 수급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연기금이 사회적인 보장망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다.
기관들 올 들어 S-Oil 2000억원 넘게 사들여
기관들이 순매도를 지속하면서도 러브콜을 보낸 종목이 있다. 작년 4분기 국내 정유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S-Oil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들은 연초 이후 S-Oil을 2132억원 순매수했다. 이들의 수익률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S-Oil은 23% 가까이 올랐다. S-Oil은 지난달에만 24% 넘게 오르기도 했다.S-Oil이 최근 급등한 것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다. 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배럴당 63.53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 24.97% 뛴 수준이다.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기록적인 한파로 주요 석유 기업들이 원유 생산과 정유 시설 운영을 중단,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가가 올랐다. 또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기조를 유지한 것도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오를까?…증권가 "십만오일도 가능"
증권가에서는 S-Oil에 대한 전망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S-Oil의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고, 키움증권 역시 10만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지역 한파로 화학·정유 설비들이 가동 중단된 데 이어 일본 지진 영향으로 설비 가동에 차질이 발생해 석유제품 시장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이 증권사 강동진 연구원은 "화학부문 강세에 더해 정유업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며 "여기에 화학, 윤활기유 강세로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봤다.
다만 최근 S-Oil 주가 원동력이 된 국제유가가 지속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미국 한파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상승인데다 최근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을 고려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