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마시멜로 테스트'서 침팬지 수준 자제력 보여

큰 보상 위해 먹이 참아…영장류 이외서 첫 자제력-학습능력 연관성 보여
흔하게 볼 수 있는 두족류인 갑오징어(Sepia officianalis)가 아동의 자제력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침팬지나 까마귀 수준의 자제력을 보였으며, 눈앞의 먹이를 놓고 더 큰 보상을 위해 오래 참는 갑오징어가 더 높은 학습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과 침팬지 이외 동물에서 자제력과 지능 간의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것은 갑오징어가 처음으로 지적됐다.

미국 시카고대학 '해양생물실험실'(MBL)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과의 알렉산드라 쉬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MBL에서 이뤄진 갑오징어 대상 실험에서 얻은 이런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B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어린이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당장 먹을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에 대한 보상으로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을지를 선택하게 하는 '마시멜로 테스트'의 갑오징어판을 개발해 실험했다. 그 결과, 실험 대상 갑오징어는 눈 앞에 먹이를 두고도 더 나은 보상을 위해 50~130초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제력을 보였으며, 이는 뇌가 큰 척추동물인 침팬지와 까마귀, 앵무새 등에 맞먹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오래 기다릴 수 있는 갑오징어는 학습 능력에서도 더 나은 인지 행동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시각 신호에 맞춰 먹이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 뒤 상황을 바꿔 다른 신호로 먹이 보상을 할 때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를 통해 학습 능력을 판단했는데, "빨리 학습하는 갑오징어가 자제력 발휘에서도 더 나았다"고 했다.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어떻게 이런 자제력을 갖게 됐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인간의 '만족 지연'(delay of gratification)은 상대방이 먼저 먹기를 기다렸다가 먹는 것처럼 개인 간 사회적 유대를 강화해 전체적으로 종(種)에 이득이 된다.

또 도구를 만들 줄 아는 동물에서도 도구가 완성될 때까지 사냥을 기다리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사회적 동물도 아니고 도구를 만들지도 못하는 갑오징어는 특별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생존을 위해 위장을 하고 지내기 때문에 만족 지연 특성을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쉬넬 박사는 "갑오징어는 대부분의 시간을 위장한 상태로 먹잇감을 기다리며 보내다가 먹이를 낚아챌 때 잠깐 위장을 푼다"면서 "하지만 이때 갑오징어를 노리는 포식자들에게 노출되는데, 만족지연은 이런 과정의 부산물로 진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장을 풀 때 위험이 있는 만큼 최상의 먹잇감이 포착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영장류 이외 동물에서 자제력과 학습 능력 간 관계를 찾아낸 것은 완전히 다른 진화 역사를 가진 종들이 공통의 형질을 갖는 수렴진화의 극단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