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줄 선 '더현대서울'…유통주에 봄 오나

코로나 피해주, 실적회복 가시화

이마트·현대百·롯데쇼핑 등 급등
의류·화장품 등 경기민감주 관심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 두드러진
LGD·삼성생명·HMM도 눈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인 더현대서울은 3·1절 연휴기간 중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에르메스 등 3대 명품도 입점하지 않았고, 마케팅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 10만 명 넘게 다녀간 영향이다. 개점 후 6일간 매출이 370억원을 넘겨 현대백화점 본사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다른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코로나19 이전처럼 북적였다.

폭발한 소비는 주식시장에 곧바로 반영됐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8.5%), 현대백화점(6.57%), 롯데쇼핑(5.76%), 신세계(4.32%) 등 유통주가 일제히 급등했다.증권업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공행진을 잠시 멈춘 코스피지수가 3000선 안팎에서 횡보하자 새로운 추천주 찾기에 나섰다. 시장에서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유통주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호텔, 레저, 소비재, 화장품 등 경기민감주와 내수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 회복이 수치로 드러나기 전에 주가가 눌려 있던 실적 개선주의 비중을 늘려갈 것을 권하고 있다.

꺼졌던 코로나 피해주

증권가에선 올초 3200선을 넘어섰던 지수가 조정받는 것은 대체로 예상한 현상이라는 평가다. 올 상반기는 ‘포스트 코로나’로 가기 전의 ‘코로나 과도기’ 성격이 큰 만큼 경제 정상화 이전에 이익을 회복할 종목을 미리 선점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의 한가운데서 낙폭이 컸던 ‘코로나 피해주’에 다시 주목할 때라는 얘기다.국내외 증시에선 코로나19 피해 업종 수익률이 지수를 넘어서는 등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선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8일 이후 현재까지 S&P500지수가 약 4.53% 상승하는 동안 S&P소매지수는 31.71% 뛰었다. 유럽에서도 12월 말 백신 접종 시작 이후 MSCI 유럽소매지수가 MSCI 유럽지수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코로나19 피해 업종의 반등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에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되지 않은 종목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 신세계 신고가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52%)에 미치지 못한 코로나 피해 업종은 호텔·레저, 유통, 소비재, 화장품·의류 등이다. 지난해 12.5% 하락한 호텔·레저 업종은 최근 살아나며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8% 올랐다. 유통 소매업도 작년 5%대 하락했지만 올해는 11%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증권사들은 코로나 피해 종목 중 현대백화점, 호텔신라, 신세계, BGF리테일, F&F, 휠라홀딩스, 아모레퍼시픽, 신세계인터내셔날, SPC삼립, CJ프레시웨이 등을 추천주로 꼽았다.

실적 추정치 높아지는 종목

아직 뚜렷한 실적 개선 신호가 나오지 않은 피해주 선점 매수가 부담스럽다면 당장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상향 조정이 가파른 종목의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코스피200 종목 중 최근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이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LG디스플레이, 삼성생명, HMM 등이 꼽힌다. 이 세 종목은 3개월 전 대비 이익 컨센서스가 100~180% 이상 뛰었다.

실적 개선 가능성에 더해 주가 수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컨센서스가 올라가면서도 정상화 시기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현재 밸류에이션의 갭이 큰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하나금융투자는 이런 종목으로 한국콜마, 아모레G, 대웅제약, 펄어비스, 파라다이스, 에스엠, 메리츠화재, LIG넥스원, 삼성생명, 아모레퍼시픽,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화재, 메리츠증권 등을 제시했다. 경제가 정상 국면이던 2017~2019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과 현재(2020년 3분기 기준) PBR의 차이가 크면서도 올해 영업이익 상향률이 큰 종목들이다.

설지연/한경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