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강 음악 앱' 초라한 성적…스포티파이 점유율 0.5% 그쳐

공격적 마케팅도 효과 없어
K팝 인기가수 음원 확보 실패
'무료 듣기' 없고 이용료도 비싸
지난달 2일 한국에 상륙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비스 한 달이 흘렀지만 이용자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경쟁사 카카오M이 보유한 아이유·임영웅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뚜렷한 차별점도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2월 4주차 일간 사용자(DAU, 안드로이드·아이폰 합산) 점유율은 0.5%에 그쳤다. 1위 멜론(33.8%)과 2위 지니뮤직(17.0%)은 물론 2% 안팎의 벅스와 카카오뮤직에도 크게 못 미친다. 93개국, 3억4500만 명의 회원을 끌어들여 세계 음원 서비스 시장을 평정한 업체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 출시 당일 1.0%였던 스포티파이 점유율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앱을 설치만 해도 1주일간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석 달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며 “사용자 수가 줄어든다는 건 무료로 사용해보다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원래 쓰던 서비스로 복귀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K팝 음원 확보 실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음악 소비자들의 특징은 해외 팝보다 자국 음원을 선호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원 유통시장의 37.5%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 카카오M과 협상에 실패했다. 그 결과 아이유와 임영웅의 노래 등 이 회사가 보유한 음원을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 스포티파이는 “국내와 해외 서비스 계약이 동일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카카오M을 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음악 사이사이에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로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국에서 하지 않는 것도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포티파이는 이 서비스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스포티파이의 월 이용료는 1만900원으로, 8000~9000원 안팎인 경쟁사 서비스들보다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 안착에 실패한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점유율을 높이려면 광고를 대신한 무료 듣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기존 서비스와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팝 음원 확보와 관련해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카카오M과의 기존 라이센싱 계약 만료로 해당 음원을 전 세계의 팬 및 청취자에게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됐다"며 "카카오M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전 세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1년 반 넘는 기간 동안 전방위로 노력했지만, 신규 라이센스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안타까움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도 카카오M을 포함한 한국의 권리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한국의 음악 산업 및 스트리밍 생테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