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예상시총 500억달러…"아마존과 비슷한 PSR, 단기 고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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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상장 임박…경쟁사들과 기업가치 비교해보니쿠팡이 미국 상장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로서 빠른 성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평가받는 가치가 ‘좋은 가격’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앞서 상장한 경쟁사들과 비교해 쿠팡의 기업가치를 살펴봤다.
쿠팡 흑자전환 가능성 감안해도
밸류에이션 높다는 분석 많아
"국내 유통기업이 저평가됐다"
네이버·이마트 가치 재조명도
성장주 측정엔 PSR
주가매출비율(PSR)은 성장주의 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주가를 주당 매출로 나눠 계산한다. 적자를 내고 있지만 매출이 빠르게 확대되는 성장주를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 PSR이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외신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따르면 쿠팡 예상 시가총액은 5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를 기반으로 쿠팡의 PSR을 산출했다. 올해 예상 매출인 19조원과 시가총액 상단인 500억달러를 비교한 PSR은 2.9배다.
미국에 상장된 e커머스 업체들은 어떨까. 쿠팡과 매출 구조(매출원가율 80%)가 비슷한 아마존은 3.3배를 기록했다. 중국 징둥닷컴은 1.1배다. 시총을 500억달러로 가정하면 아마존과 비슷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NH투자증권은 쿠팡이 500억달러로 평가받아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이 측정한 쿠팡의 PSR은 1.8~3.1배다. 이는 이베이(3.6배)와 알리바바(6.6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쿠팡의 밸류에이션은 e커머스 기업 평균보다 소폭 낮다”고 설명했다.
13%대인 쿠팡의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면 300억~500억달러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의 흑자전환과 소매시장 내 점유율 상승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PSR이 3배 이상으로 상장할 경우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은 존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와 비교하면 고평가”
PSR보다는 거래액 대비 주가를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커머스 특성상 거래액이 성장의 중요 지표라는 분석이다. 이 기준으로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경우 오히려 국내 경쟁사들이 저평가돼 있다는 게 유진투자증권의 분석이다.예상 시총인 300억~500억달러를 작년 거래액 추정치인 24조원으로 나눈 결과 수치는 1.4~2.3배로 나타났다. 밸류에이션 하단인 1.4배를 경쟁사인 SSG·COM에 적용할 경우 SSG·COM의 기업가치는 6조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SSG·COM의 최대주주인 이마트(지분율 50.1%)의 시총인 5조2685억원을 넘어간다.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경쟁사들이 평가받은 기업가치 대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국내 1위 e커머스 업체로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해도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쿠팡 효과에 오아시스 주목
쿠팡 상장을 계기로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주가가 재평가되고 있다.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가정할 경우 네이버, 이마트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낮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등 중소형 플랫폼들의 주가도 상승세다.네이버쇼핑은 작년 기준 e커머스 점유율이 17%를 기록했다. 13%인 쿠팡을 앞선다. 그럼에도 쇼핑을 포함한 네이버 전체 시총은 61조5988억원(1일 기준)이다. 쿠팡 예상 시총인 33조~55조원과 비교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쿠팡 대비 할인을 가정해도 네이버쇼핑 기업가치는 6조~18조원이 가능하다”며 네이버 목표 시총을 82조3000억원으로 제시했다.오아시스마켓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지분 79.4%를 보유한 지어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24.5% 상승했다. 비상장 회사인 오아시스마켓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소규모 e커머스 업체들은 쿠팡만큼의 기업가치를 받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11번가와 티몬은 상위 업체들과의 경쟁력 차이가 벌어져 있는 만큼 투자자를 납득시킬 만한 매출 증가율 또는 수익성 개선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