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경기회복 속도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코로나19 백신접종

[애널리스트 칼럼]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접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고무적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은 1차 접종만으로도 85%의 효능이 있었다. 2차 접종을 마칠 경우에는 효능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백신의 효과가 검증된 만큼 이제는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가 중요하다. 백신접종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활동 정상화 속도도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는 선진국이 빠른 편이다. 선진국들은 지난해 2~3분기에 계약을 마쳤고 백신확보 물량도 전체 인구보다 많았다.인구 대비 한 차례 이상 접종한 비율에서는 이스라엘(48.7%)이 가장 앞서 나가는 가운데, 영국이 26.5%, 미국은 13.3%, 유럽연합(EU)은 3.9%를 기록했다. 반면 신흥국은 계약도 늦은데다 확보 물량도 인구의 30~80% 수준에 그쳤다. 그에 따라 본격적인 접종은 올 하반기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의 접종속도는 만족스럽지 않다. 지금대로라면 영국과 미국은 올 하반기 중 집단면역에 도달하지만 EU는 2.5년, 신흥국은 4~6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백신 접종속도는 가팔라질 것이다. 현재 사용허가 대기 중인 백신이 2~3종인데다 생산설비의 효율성 제고와 위탁생산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영국은 올해 4월, 미국은 5월, EU는 7~9월 사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신흥국은 계약체결이 늦어진데다 백신접종을 위한 의료나 행정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백신이 확보되더라도 백신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전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브라질(3분기), 한국(4분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은 내년 2~3분기에나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국가 간 백신 접종속도의 차이는 경기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접종속도가 빠른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다. 업종별로는 크게 위축되었던 외식, 관광, 문화 등 서비스업의 활동이 가장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생산 활동이 거의 정상화된 제조업의 경우 백신접종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혜보다는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됨에 따라 투자가 재개되고 고용회복 및 소득 증가에 의한 내구재 소비가 확대되는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에서 회복 모멘텀은 선진국 서비스업, 선진국 제조업, 신흥국 제조업, 신흥국 서비스업 순으로 클 것이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미국 경제의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은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다만 EU가 올해 중반까지는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다. 반면 신흥국 통화의 경우 접종속도와 산업구조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선진국 중심의 경제 정상화는 장기금리 상승요인이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이 당분간은 현재의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할 전망인데다, 신흥국 경기도 뒤따라 회복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금리 상승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