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인대, 홍콩선거제 개편 강행 예고…"애국자가 다스려야"(종합)

'홍콩 선거제 완비 결의안' 의제 포함돼
행정장관 입후보자 자격 심사 강화·구의원 배제…야당 입지 좁아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올해 전체회의에서 홍콩 선거법 개정 강행을 예고했다. 4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는 5일 개막하는 13기 4차 전체회의 의제에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논의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이날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들어 나타난 상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홍콩 선거 제도가 완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국양제와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는 원칙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최고 국가 권력 기구인 전인대는 헌법과 (홍콩) 기본법이 부여한 직권을 갖고 있다"며 "홍콩 특별행정구의 선거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전인대의 권리이자 책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들어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명분을 앞세워 특별행정구 수반인 행정장관 선출 제도를 포함한 선거 제도를 크게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샤바오룽(夏寶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은 최근 광둥성 선전(深圳)에서 홍콩 각계 대표 60명과 함께 이러한 선거 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위원회 설치 ▲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중 구의원 몫(117석) 배제 ▲ 입법회 직능대표 범위 확대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런 방향으로 홍콩의 선거제가 개편되면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선호하는 인물이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뜨거웠던 2019년 11월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이 80% 이상 의석을 휩쓰는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전망이 나왔다.

많은 홍콩인은 2019년 여름부터 본격화된 민주화 시위를 통해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작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데 이어 선거제까지 바뀌면 중국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홍콩 범민주 세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전인대 의사 진행 전례에 비춰볼 때 홍콩 선거 제도 변경에 관한 결의안은 행사 마지막 날 전체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