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원작자는 혐오해도…게임은 트랜스젠더 허용한다

'호그와트 레거시', 외모·목소리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듯
롤링 혐오 논란 후 경영진 반대에도 개발진이 목소리 높여 관철
'해리포터' 원작자 JK 롤링이 트랜스젠더 혐오 의혹을 받고 있지만, 내년에 출시될 해리포터 게임에서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내년 콘솔·PC로 출시 예정인 오픈월드 롤플레잉게임(RPG)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는 캐릭터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호그와트 레거시 이용자는 캐릭터를 만들 때 체형·외모·목소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마녀'(witch)와 '마법사'(wizard)도 성별 구분 없이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마녀·마법사의 경우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게임 내 상호작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외모·목소리를 성별 구분 없이 고를 수 있도록 다양성을 존중하는 캐릭터 설정은 '사이버펑크2077' 등 최신 게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북미에서 해리포터 게임이 이를 허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것은 원작자 롤링의 지난해 발언 때문이었다.
롤링은 지난해 6월 '월경하는 사람들(Menstruators)을 위한 더 평등한 세상 만들기'라는 칼럼을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예전에는 이런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이 있었다"며 비꼬았다.

롤링은 '여성'이라는 표현을 두고 '월경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며 비꼰 것인데,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태도라고 비판받았다.

그는 며칠 뒤 블로그에 해명을 올렸지만 트랜스젠더를 여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는 고수했다. 롤링은 이 논란 이전에도 트랜스젠더 혐오가 담긴 트윗을 올린 적 있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등 해리포터 영화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들도 공개적으로 롤링을 비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롤링의 트랜스젠더 혐오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리포터 신작 개발사인 아발란체 소프트웨어 내부에서도 동요가 있었다.

이후 일부 개발진이 트랜스젠더 설정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나섰고, 경영진은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결국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미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기업이 게임 안팎에서 인종·성별·소수자 다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