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정규직 전환 후폭풍?…공공기관 청년 채용 20% 줄어

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이 지난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청년 고용을 확대하겠다며 만든 '청년 의무고용' 기준을 미달한 기업도 대폭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대표되는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신규 채용 절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의 ‘2020년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 심의·의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436곳에서 신규 채용한 청년(만 15~34세) 수는 2만2798명으로 2019년 2만8689명에 비해 20.4% 감소했다. 전체 정원은 38만5862명에서 38만7574명으로 1700여명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전체 정원 대비 청년 고용 비율은 5.9%로 7.4%에서 1.5%포인트 하락했다.청년 신규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관 수는 67곳에 달했다.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한국가스공사, 한국동서발전, 해양환경공단 등 공기업 8곳과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 34곳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5조에 따라 매년 정원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토록하는 것이다.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청년 고용이 감소한 것에 대해 "2018~2019년 청년 신규채용 실적의 상대적인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코로나19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청년 신규고용 비율, 의무이행기관 비율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공공부문 청년고용 의무비율 평균 5%를 달성하겠다는 국정과제 목표를 5년 연속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국공 사태로 불거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신규 채용 절벽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청년 고용 의무달성에 실패한 한국마사회는 경영난과 정규직 전환 영향을 함께 받은 곳으로 꼽힌다.코로나19로 경마 중단돼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경마를 보조하는 직원 약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채용 자체가 사라졌다. 지난해 마사회가 뽑은 직원은 단 한명으로, 그마저도 청년이 아닌 경력직 비상계획관이었다.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청년들의 고용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는 청년 고용상황 개선을 위한 공공부문의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고용부는 미이행기관 점검회의 등을 개최하는 등 올해 공공기관의 의무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