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 후원사 모으다 보니…길어지는 대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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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대회 '네이밍 경제학'프로골프 대회 이름이 매년 길어지고 있다. 복수의 후원사가 공식 대회명에 회사 이름을 올리면서다. 목돈이 들어가는 ‘단독 후원’을 부담스러워하는 스폰서가 많아 공동 개최 형태의 대회가 늘고 있다. 공동 개최의 경우 쌈짓돈으로도 골프대회를 열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여파 단독 후원 부담
상금·운영비 등 '고통 분담'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주최측 3곳 이름 합해 작명
총상금·대회 운영비 ‘고통 분담’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의 골든오칼라GC(파72)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의 공식 명칭은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프레젠티드 바이 볼빅 앳 골든오칼라’(총상금 150만달러·대회 로고)다. 3개의 주최자 이름을 더해 대회명을 지었다. 이 밖에 ‘휴젤-에어 프레미아 LA 오픈’ ‘퓨어실크 챔피언십 프레젠티드 바이 비지트 윌리엄스버그’ ‘뱅크오브호프 LPGA 매치플레이 호스티드 바이 섀도크리크’ 등 올해에만 10여 개 대회가 ‘멀티 스폰서’ 형태로 열린다.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대회를 주관하는 LPGA가 맡았다. ‘계속 나아가다’는 뜻의 드라이브온은 LPGA투어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폰서들의 이탈로 대회 수가 줄어들자 투어가 선수들을 위해 협회 펀드에서 상금을 조달해 대회를 마련했다. 여기에 한국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과 골든오칼라GC가 파트너 스폰서로 참여했다. 골프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볼빅은 5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비를 분담했고 골든오칼라GC는 골프장을 무료로 제공했다.일반적으로 타이틀 스폰서는 총상금 말고도 대회에 들어가는 운영비 대부분을 부담한다. 하지만 복수의 기업이 공동 주최하는 대회는 대회명 앞자리를 차지하는 ‘메인 스폰서’와 뒤에 따라오는 ‘파트너 스폰서’가 분담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되고 운영비가 총상금 이하로 책정되면서 메인 스폰서가 총상금을 내고 파트너 스폰서가 운영비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추세다. 한 골프대회 관계자는 “대회 이름에 스폰서가 두 곳 이상인 경우 일반적으로 6 대 4 또는 7 대 3 정도의 비율로 메인 스폰서와 파트너 스폰서가 비용을 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멀티 스폰서 형태로 열리는 대회가 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대부분 8억~10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대회를 열어 LPGA투어 못지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도 지난해 11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6개 대회를 골프장 측과 협업해 열었다.
고진영, 코르다 자매와 격돌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이번 대회에서 최근 ‘핫한’ 미국의 코르다 자매와 예선 라운드를 치른다. 언니 제시카 코르다(27)는 지난달 25일 열린 2021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했고, 동생 넬리 코르다(22)는 지난 1일 끝난 게인브리지 LPGA를 제패했다.코르다 자매는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며 시즌 초반 타이틀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대회였던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을 제패한 고진영이 한데 묶이면서 최근 3개 대회 우승자끼리 대결하게 됐다.
고진영 역시 지난주 게인브리지 LPGA에서 4위를 기록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만큼 대회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세계 2위 김세영(28)과 박성현(28), 전인지(27), ‘핫식스’ 이정은(26) 등 정상급 ‘K골퍼’들도 총출동해 우승 경쟁을 펼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