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난 죽을 준비가 되었나, 삶의 끝자락에 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누가 먼저 백신을 맞을 것인지, 백신이 과연 안전한지 등 여러 문제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백신을 둘러싼 각종 고민은 결국 안전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팬데믹의 시대, 막연한 죽음의 공포가 만연한 지금 삶의 마지막 현장을 바라보는 책들이 시선을 끈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는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말기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을 지켜봤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다. 재산 문제 때문에 가족과 다투다 “2억원을 갚으라”는 유언을 남긴 환자가 있다. 어떤 환자는 죽음 직전에도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10년만 더 살기만을 바란다. 칠순의 한 노인 환자는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해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또 다른 노인 환자는 의사도 모르게 ‘사후 뇌 기증’을 신청해 놓고 떠난다. 저자는 “대부분 많은 사람이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을 ‘어쩌다 갑자기 맞는 죽음’으로 끝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며 “탄생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맞는 것이지만 죽음만큼은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윌북)은 영국 출신 내과 의사이자 노인의학 전문의인 데이비드 재럿의 ‘33가지 죽음 수업’을 소개한다. 저자는 생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춘 현대 의학의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환자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쉽게 뒷전으로 밀려난다. 환자의 통증과 함께 모욕감도 연장된다. 인간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상실한 환자가 고통과 모욕감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는 “죽음의 원인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반응도 제각기 다르지만 인간이 태어난 후부터는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고 말한다. 또 “삶의 반대편 끝에 있는 죽음을 향해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진솔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며 “죽음에 대한 논의를 정부와 사회, 개인이 지금보다 훨씬 활발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웅진지식하우스)은 일본에서 16년간 간호사로 일하며 1000명이 넘는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한 고칸 메구미가 다양한 죽음의 민낯을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히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사고사, 오랜 간병 끝의 이별, 자살, 고독사 등 여러 형태의 죽음이 등장한다. 연명치료의 허와 실, 종말기의 영양 공급법과 같은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 또 인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고 감사하는 것들까지 이야기하며 남은 생을 조금 더 잘살기 위한 힌트를 건넨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이미 나이가 들고 몸이 병든 뒤에야 비로소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죽음이 눈앞에 닥쳤을 때 이런 고민을 하면 이미 때는 늦다”고 경고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