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철수 단일화, TV토론·김종인에 달렸다[반장칼럼]

좌동욱 국회반장의 현장 돋보기

단일화룰 협상, 빠른 속도로 진행
TV토론·중도층 공략이 승부 좌우
김종인 위원장도 캐스팅보트 역할
사진=연합뉴스
오는 4·7 재·보궐 선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의 막이 올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 위)이 내부 경선에서 예상 외로 낙승한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아래)와 단일화 협상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TV토론회와 중도층 표심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야권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전 시장과 안 대표 측은 공히 단일화 방식과 시기에 대한 협상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후보 본인을 포함한 2대2 협상 테이블이 이번 주 가동될 것으로보인다. 지금 까지 나온 양 측 이견은 △투표방식 △여론조사 문항 △단일화 이후 소속 정당(기호 표시) △토론회 형식 등 크게 네 가지다. 국민의힘 측이 요구해온 국민참여경선 방식의 투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기존 여론조사 방식을 준용하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절충안 등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조사 문항도 ‘단일후보 적합도’(오세훈)와 ‘후보 경쟁력’(안철수) 등 양측 의견을 절충하는 안이 거론될 수 있다. 기호 2번(국민의힘)이냐, 4번(국민의당)이냐로 상징되는 소속 정당의 표기 문제는 합당 또는 입당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두 후보 진영은 단일화 협상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 TV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자잘한 여론조사 방법·문항을 갖고 실랑이를 할 게 아니라”며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시원하게 단일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안 대표도 “실무선에서 협의를 통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TV 생중계 토론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김성태 전 의원은 “코로나19로 대중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어려운 제약으로 인해 두 후보 모두 토론회에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론회 형식은 국민의힘 측이 이번 경선에서 새로 선보인 1대1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전 각본이 없어 후보의 민낯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서다. 이미 세차례 무대에 선 오 전 시장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유권자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분(안철수)이 토론에 약하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전 그리 보지 않는다”며 ‘상대방이 토론에 약하다’는 프레임도 선점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말 잘하는 해설자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기치로 맞서고 있다. 안 후보의 토론 실력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과 서울시 퀴어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벌인 토론회 설전에서 호평을 받은 전례도 있다. 양 진영 모두 중도층 표심이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층 표심을 파고들었던 나경원, 이언주 전 의원이 예상 외의 큰 표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단일화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게 중론.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은 과거 오 전 시장과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내비친 바 있다.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 및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에 대해 “이상한 조건부 출마”, “당 지도부가 아니면서 나선다”며 질책한 바 있다. 안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고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혹평했다. 이와 관련 오 전 시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오 전 시장은 당의 경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후보 단일화 협상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야권 후보 단일화 마무리되는 시점은 늦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단일화가 이달 말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던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양측 후보의 현재 입장을 볼 때 단일화 협상과정이 사달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후보등록일(18~19일) 이전 후보 단일화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