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돌려내!"…사라진 K팝, 팬들이 뿔났다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스포티파이, 카카오M 음원 서비스 중단
2월 끝으로 갱신 없이 라이센싱 계약 만료
국내 계약 불발→해외 유통까지 타격
양측 신경전에 K팝 팬·아티스트 피해만 커져
사진=트위터 캡처
"내 노래 어디 갔어?"
"K팝을 다시 스포티파이에 올려줘!!!"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니까 제발 K팝을 돌려주세요."
"우리는 스포티파이에서 다시 K팝을 듣길 원합니다."
SNS 상에서 스포티파이, 그리고 카카오M을 태그로 걸며 "K팝을 돌려내라"는 글로벌 음악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3월 1일 즐겨 듣던 K팝 음악들이 사라졌다며 황당해하던 이들은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떠나간 K팝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다 급기야는 "애플뮤직으로 바꾸겠다", "프리미엄을 해지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의 이야기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일 카카오M이 유통하는 음원의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의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카카오M을 통해 유통되는 음원을 일절 들을 수 없게 됐다. 현재 K팝이 세계화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청취를 원하는 소비자도, 글로벌 진출의 열망이 최대치에 달한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답답한 노릇이다.

◆ 강(强) 대 강(强)의 대립…속 사정은?

사진=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현 상황이 카카오M과의 라이센싱 계약 만료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M 측은 만료를 통보받은 기존 해외 계약에 대한 갱신을 요청했으나, 해외와 국내 계약을 동시 진행해야 한다는 스포티파이의 정책에 따라 해외 계약이 만료된 상태라고 했다. 기존 해외 계약을 갱신하려는 과정에서 '국내 계약'이라는 새 변수가 작용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2월을 끝으로 양측의 라이센싱 계약은 종료됐다.

단순히 보면 계약 만료로 인한 이별이 맞지만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속 사정을 알고 나면 상황은 달리 보인다.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93개국 3억 2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전 세계 음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플랫폼인 만큼,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내 음원 확보가 난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스포티파이는 예정대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뚜껑이 열린 스포티파이에는 카카오M이 유통하는 음원은 없었다. 한국 내 1위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Melon)을 운영 중인 카카오M이기에 예견된 상황이었다.
사진=카카오M
타격은 컸다. 카카오M은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로, 지난해 가온차트 연간 400위권 음원 가운데 37.5%의 유통 점유율을 기록했다. 아이유, 지코, 마마무, (여자)아이들, 폴킴, 에픽하이, 여자친구, 몬스타엑스, 임영웅 등 다수의 한국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카카오M을 통해 유통됐다. '음원 강자'로 불리는 가수부터 탄탄한 팬덤을 지닌 팀들까지 전부 포함된 셈이다.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과 국내 음원 유통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찻잔 속의 태풍'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티파이 측은 론칭 당시 "국내 음원 유통사, 여러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방대한 음원 데이터가 스포이파이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팝에 있어서는 카카오M이라는 가장 큰 구멍을 지니게 됐다. 순탄치 않은 국내 음원 계약 상황이 사실상 양측의 해외 음원 계약에까지 영향을 확대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족쇄 채워진 'K팝의 세계화'…애타는 아티스트와 팬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의 의견 차이 때문에 새 앨범을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듣지 못하게 됐습니다. 누구의 책임인지를 떠나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고통받는 것은 왜 아티스트와 팬일까요?"
그룹 에픽하이 타블로는 스포티파이의 카카오M 음원 서비스 중단에 이같이 생각을 밝혔다. K팝을 들을 수 없는 팬들만큼이나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에 음악을 공급하지 못하게 족쇄가 채워져버린 아티스트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스포티파이 성적은 글로벌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지닌 가수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대립이 만든 현 상황은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며 쌓아올린 '한류팬 1억 시대'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스포티파이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음원의 스트리밍이 급증하는 것을 보며 한국 진출을 모색해왔다. 한국 서비스를 론칭한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K팝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궁극적인 목표 또한 시장 안착이 아닌 한국의 음악 산업 및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M과의 기싸움으로 되려 아티스트와 K팝 팬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꼴이 됐다.

1차 음원 소비자, 2차 아티스트에 이어 3차 피해자는 결국 플랫폼이 된다. 카카오M은 글로벌 시장에서 열성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K팝 음원 다수의 유통권을 쥐고 있고,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원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립 양상이 장기화될수록 스포티파이는 K팝 리스너들의 이탈을, 카카오M은 아티스트의 이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K팝과 스트리밍 업계의 동반 성장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상기하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티스트와 팬들의 속앓이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 K팝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현명한 대안이 요구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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