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도 골프처럼 힘 빼고, ‘다음 홀이 있다’는 생각으로”
입력
수정
“예측한 마케팅 결과가 안 나와도 실망하지 마라. ‘다음 홀’이 있다.”
골프 선수 출신 마케터인 김윤경 코오롱FnC 부장이 후배 마케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김 부장은 199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해 1년 반 정도 투어에 참여했다. 이후 미국에서 가구 상품기획 및 판매로 경력을 쌓고 2012년 코오롱FnC에 입사했다.“많은 분들이 골프와 인생의 비슷한 점을 자주 말씀하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둘 다 어깨 힘을 빼야 행복할 수 있다’입니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플레이어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골프에 중독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예측불허, 매번 다른 상황 등입니다. 특히 알 듯하고 될 듯한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장은 “마케팅도 골프처럼 불확실성이 크다”며 “설령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음 홀(다음 번 마케팅 프로젝트)이 있고 또 다음 홀이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골프 브랜드 지포어(G/FORE)의 브랜드 매니저와 골프 온라인 편집숍 더카트골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특히 왁은 2016년 런칭 때부터 네이밍을 포함해 브랜드 방향성을 만들며 마케팅을 이끌어서 애정이 많다. 준비작업을 2013년부터 했다. 엘로드의 한 라인이었는데 독자 브랜드로 키웠다.당시만 해도 골프는 나이드신 분들의 취미생활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골퍼들이 ‘옛 사람들’의 옷을 입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긴다’(WAAC, Win At All Costs)는 의미를 왁에 담았고 ‘신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골프의 전통을 존중하는 모던한 브랜드라는 점에 끌렸다. 지포어의 브랜드 슬로건인 ‘파괴적 럭셔리’(disruptive luxury)가 그런 특징을 잘 설명한다.
평소에 ‘골퍼들이 골프의 전통과 에티켓, 그리고 기본 룰을 어느 정도 알고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포어가 그런 생각에 딱 맞는 브랜드다.
골퍼들도 잘 큐레이트된 숍에서 이것저것 맞춰 입는 소비성향이 나타날 것으로 확신했다. 온라인 소비가 대세라는 점도 감안했다.
2018년말 회사에서 아이디어 경연 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남들이 안했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임원들이 심사해서 우수 아이디어를 뽑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게 펀딩해주는 대회다.
우리 회사도 비대면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골프 온라인 편집숍 더카트골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수 아이디어로 뽑혀 지난해 더카트골프를 오픈했다.
더카트골프가 등장하자 다른 기업들이 유사한 플랫폼을 뒤따라 만들었다.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타깃 고객은 30대다. 골프 입문자의 55%가 2030이다. 그 중에서 소비할 수 있는 고객은 30대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골프 소비자들의 패션 관여도는 매우 높다. 미국 지포어 관계자가 한국 골퍼들이 의류 및 잡화에 쓰는 비용이 미국 골퍼의 7배라는 조사 결과를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높은 패션 관여도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시간을 많이 쓰는 얘기를 하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마케팅은 감성적인 것이라서 ‘내가 맞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주 물어본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김윤경 부장은 “연차가 쌓이면 많은 게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마케터는 그럴 때가 제일 위험하다”고 했다. 다 알고, 다 해봤다는 생각을 경계하라는 얘기다.
김 부장은 “익숙한 것도 항상 새롭게 풀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자기반성이 꾸준히 필요하고 열린 마음으로 귀기울이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엔 싫어하는 장르 음악은 듣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옷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서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덧붙였다.마케터는 자부심이 자만심이 되지 않도록, 개인적인 취향이 타인 취향에 대한 공감을 가로막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골프 선수 출신 마케터인 김윤경 코오롱FnC 부장이 후배 마케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김 부장은 199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해 1년 반 정도 투어에 참여했다. 이후 미국에서 가구 상품기획 및 판매로 경력을 쌓고 2012년 코오롱FnC에 입사했다.“많은 분들이 골프와 인생의 비슷한 점을 자주 말씀하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둘 다 어깨 힘을 빼야 행복할 수 있다’입니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플레이어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골프에 중독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예측불허, 매번 다른 상황 등입니다. 특히 알 듯하고 될 듯한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장은 “마케팅도 골프처럼 불확실성이 크다”며 “설령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음 홀(다음 번 마케팅 프로젝트)이 있고 또 다음 홀이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골프 브랜드 지포어(G/FORE)의 브랜드 매니저와 골프 온라인 편집숍 더카트골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Q: 코오롱FnC의 골프 브랜드들이 많은데
A: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왁(WAAC) 등 세 개가 있었는데 지난해 지포어를 런칭하면서 네 개가 됐다.특히 왁은 2016년 런칭 때부터 네이밍을 포함해 브랜드 방향성을 만들며 마케팅을 이끌어서 애정이 많다. 준비작업을 2013년부터 했다. 엘로드의 한 라인이었는데 독자 브랜드로 키웠다.당시만 해도 골프는 나이드신 분들의 취미생활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골퍼들이 ‘옛 사람들’의 옷을 입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긴다’(WAAC, Win At All Costs)는 의미를 왁에 담았고 ‘신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Q: 지포어를 소개한다면
A: 2011년 미국 LA 기반의 패션 디자이너 마시모 지아눌리가 런칭한 브랜드다. 새 브랜드를 찾던 중 지포어를 알게 됐고 마케터로서 한 눈에 반했다.골프의 전통을 존중하는 모던한 브랜드라는 점에 끌렸다. 지포어의 브랜드 슬로건인 ‘파괴적 럭셔리’(disruptive luxury)가 그런 특징을 잘 설명한다.
평소에 ‘골퍼들이 골프의 전통과 에티켓, 그리고 기본 룰을 어느 정도 알고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포어가 그런 생각에 딱 맞는 브랜드다.
Q: 골프 온라인 편집숍을 만들었는데
A: 패션에선 10여년 전부터 감성이 묻어나는 편집숍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골프에선 그런 편집숍이 없었다.골퍼들도 잘 큐레이트된 숍에서 이것저것 맞춰 입는 소비성향이 나타날 것으로 확신했다. 온라인 소비가 대세라는 점도 감안했다.
2018년말 회사에서 아이디어 경연 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남들이 안했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임원들이 심사해서 우수 아이디어를 뽑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게 펀딩해주는 대회다.
우리 회사도 비대면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골프 온라인 편집숍 더카트골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수 아이디어로 뽑혀 지난해 더카트골프를 오픈했다.
더카트골프가 등장하자 다른 기업들이 유사한 플랫폼을 뒤따라 만들었다.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Q: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A: 더카트골프의 브랜드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타깃을 설정하고 플랫폼에 색깔을 입히고 로고를 개발하고 걸맞는 상품을 채워넣는 역할이다.타깃 고객은 30대다. 골프 입문자의 55%가 2030이다. 그 중에서 소비할 수 있는 고객은 30대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골프 소비자들의 패션 관여도는 매우 높다. 미국 지포어 관계자가 한국 골퍼들이 의류 및 잡화에 쓰는 비용이 미국 골퍼의 7배라는 조사 결과를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높은 패션 관여도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마케터로서 자신의 강점은
A: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물론 회사 내 다른 부서, 골프 선수, 매체사, 협업 업체들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강점이 있다.일단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시간을 많이 쓰는 얘기를 하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마케팅은 감성적인 것이라서 ‘내가 맞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주 물어본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 Interviewer 한 마디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김윤경 부장은 “연차가 쌓이면 많은 게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마케터는 그럴 때가 제일 위험하다”고 했다. 다 알고, 다 해봤다는 생각을 경계하라는 얘기다.
김 부장은 “익숙한 것도 항상 새롭게 풀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자기반성이 꾸준히 필요하고 열린 마음으로 귀기울이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엔 싫어하는 장르 음악은 듣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옷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서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덧붙였다.마케터는 자부심이 자만심이 되지 않도록, 개인적인 취향이 타인 취향에 대한 공감을 가로막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