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사라질 것"…공직사회 변화 이끈 50대 女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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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여성의 날.. "공직사회 여성 관리직 20% 넘어"
한국경제신문은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공직에서 30년 안팎을 보내며 '유리천장'을 뚫어온 50대 여성 공무원 세 명을 만났다. 송경희(56) 과학기술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고민자(57)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장, 권영아(50) 인사혁신처 노사협력담당관이 주인공이다.이들은 "일하는 여성 비율이 높아지며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어떤 직책이라도 성별에 따른 차별을 의식할 필요 없이 실력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는 의견이다.
행정고시 39회로 입직한 송 정책관은 1997년 정보통신부 첫 여성 사무관을 시작으로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2018년엔 과기정통부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됐다. 그는 "정보기술(IT) 정책 분야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했다"며 "상사들이 여성 부하와 일을 해 본적이 없어 인사철만 되면 나 스스로를 세일즈 해야했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여성이기 때문에' 라는 꼬리표를 듣고 싶지 않아 남들보다 몇 배 노력해왔다"고 소회했다.
소방은 더욱 여성이 진입하기 힘든 분야였다. 고 과장은 지난 2월 우리나라 소방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소방준감(3급)이 됐다. 소방준감은 소방총감, 소방정감, 소방감에 이어 소방 조직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1948년 정부 수립때 내무부 치안국 산하 소방과가 설치된 이후 무려 72년여 만에 소방조직에서 첫 여성 고위직이 탄생한 것이다.첫 여성 소방서장, 첫 여성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상황실장 등을 지낸 고 과장은 "84년 입사 당시 제복을 갈아입을 여성 탈의실이 없었고 92년 임신때는 임산부를 위한 제복이 없어 혼자 사복을 입었다"며 "조직에서 나홀로 '다름'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남성과의 싸움이 아닌 나와의 싸움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말 인사처 최초 여성 노사협력담당관이 된 권 담당관도 '처음'이란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권 담당관은 "전통적으로 노사 교섭 업무는 남성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많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그것은 편견"이라며 "직책의 적합성은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성평등지수가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여성의 경제활동 수준, 임원직 진출, 육아휴가 등을 수치화해 산정하는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한국이 8년 연속 꼴찌다. 송 정책관은 "국제 회의에 나가보면 여전히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여성이 대표로 나오는 경우가 적다"며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선 여성관리자 임용 목표제 등 정책적 배려가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부처만 해도 여성관리직 임용률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8.5%, 본부과장급의 경우 22.8%로 각각 목표치 8.2%, 21.0%를 넘어섰다. 정부는 내년에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 10%, 본부과장급 비율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 과장은 "소방업무 경찰업무 등 여성이라고 해서 맡지 못할 직책은 없다"며 "앞으로 여성관리자 임용 목표제,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도 등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성평등 채용 뿐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이 강화돼야한다는 공무원들의 의견도 많다고 권 담당관은 전했다. 그는 "여전히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 다자녀 가정의 어려움 등에 대해 현장에서 제도적 지원의 목소리가 많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안착되는 것이야 말로 양성평등 문화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여건어 처해있었고 각종 참정권에서 배제돼 있었다. 이후 유엔(UN)은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한국은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종=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