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분석만 할 거예요?”, 데이터 직관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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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데이터 리터러시」저자, 강양석
“언제까지 분석만 할 거예요? 딱 보고 알아차릴 줄도 알아야죠.”다음의 간단한 차트를 보고 테마파크 산업의 본질에 대해 얘기해보자. 물론 더 많은 사실이 있어야 단단한 결론이 나올 수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좋은 직관이 있으면 말이다.찾았는가? 문제의 지점은 바로 2009~2010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입장객 수다. 이 둘은 다른 테마파크들과는 매우 눈에 띄게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갑작스럽게 상승한 그래프의 기울기까지 유사하고 말이다.
자, 좋은 착안을 했으니 좋은 통찰로 마무리해보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던 입장객 수가 이렇게 특별히 튄 것은 2007년의 롯데월드 사고처럼 이 때의 두 테마파크에 뭔가 특별한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더불어 상승 기울기로 보아 그 요인은 1, 2위의 테마파크에만 영향을 미치는 동일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이런 사고 과정을 통해 얻어내야 하는 것은 그 요인의 정체가 아니라 직관 및 통찰 능력의 향상이다.
팩트는 검색하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지만 직관과 통찰 능력은 실제 사실관계를 몰라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활동의 핵심은 ‘어떤 요인에 의해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매우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라는 착안을 ‘적어도 그 요인과 관련하여 두 테마파크는 경합관계일 수 있다’라는 통찰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어떤 요인 때문이든 간에 이전과 달리 게임의 룰이 바뀌었음을 짚어내는 통찰말이다. 그렇기에 앞서 살펴본 ‘두 업체는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2009년 전까지만 유효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데이터의 어떤 부분에 착안하느냐에 따라 결론들은 각각 합리적임에도 그 내용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당신은 방금까지 막 경험한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 사실을 밝히자면 2007년 롯데월드 고객이 증발한 이유는 불미스러운 안전사고 때문이었고, 2009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입장객 수가 일제히 급격한 상승을 보인 것은 중국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관계를 떠나 우리는 우리의 결론을 좀 더 업그레이드해야겠다. 만약 이런 배경지식을 모르는 경우라면 ‘국내 주요 테마파크들은 적어도 2008년경까지는 강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으나 2010년에는 어떤 요인에 의해 다시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결론, 그리고 배경지식을 알고 있다면 ‘한국의 테마파크들은 국내 고객에 대해선 경합관계가 아니지만 해외 고객에 대해서는 경합관계일 수 있다’는 결론으로 말이다.
이렇듯, 어떤 데이터에서 이면의 본질적 내용을 꿰뚫는데는 꼭 빅데이터가 없어도 좋은 직관만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