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빈첸, 우울 아닌 사랑…음악이 된 마음의 성장

가수 빈첸 인터뷰

빈첸, 지난 7일 새 앨범 발매
우울함 벗어던진 '플라잉 하이 위드 유'
빈첸 "달라진 정서 녹였다…음악적 발전이 목표"
가수 빈첸 /사진=로맨틱팩토리 제공
Mnet '고등래퍼2'에서 10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오하고 묵직한 랩을 내뱉던 소년은 어느덧 스무 살 초반의 성년이 됐다. 자신의 내면을 채우고 있던 우울과 불안의 감정을 놀라울 정도의 감성적인 랩으로 뱉어내던 그를 많은 이들은 어둡고 무거운 아티스트라 말한다.

그런데 이번엔 사뭇 다르다. 우울감을 털고 사랑의 감정을, 재밌게 살아가는 인생을 이야기했다. '너와 함께 가라 앉는다'던 그는 이제 '너와 함께 높이 날아오른다'고 말한다. 확 달라진 분위기, "마음공부를 했다"는 답변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느껴졌다. 가수 빈첸의 이야기다.빈첸은 지난 7일 새 앨범 '플라잉 하이 위드 유(FLYING HIGH WITH U)'를 발매했다. 앨범엔 동명의 타이틀곡 '플라이 하이 위드 유'를 비롯해 '필요가', '소나기'까지 총 세 곡이 수록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울하고 어두운 감성을 노래해오던 빈첸이 밝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무거움을 덜고 한층 자유롭고 긍정적으로 표현된 감정들이 귀에 꽂힌다.

빈첸이 직접 적은 곡 소개에도 사랑, 여유, 가벼움, 재미 등의 단어가 들어갔다. '플라잉 하이 위드 유'는 빈첸의 데뷔 앨범 '제련해도'의 타이틀곡 '싱킹 다운 위드 유(SINKING DOWN WITH U)'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빈첸은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우울함에서 탈출한 곡이다. 전반적으로 사랑에 대한 가사를 적었고, 연인만이 아닌 가족, 친구, 팬분들 등 많은 곳에서 느낀 포괄적인 사랑을 표현하려 노력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가'에 대해서는 "여태 무겁고 우중충하게 살았다면 이젠 가볍고 밝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하며 "서울은 항상 빠르게 돌아가고 정신없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남들 발걸음에 맞추지 않고 오직 나만의 걸음으로 이제는 바쁜 도시에서도 매일 여유를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또 '소나기'와 관련해서는 "인간의 일생이 우주처럼 멀리서 본다면 별것 아닌데 우린 항상 너무 별것 아닌 걸로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고는 한다"며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들은 이따금 후회를 반복한다. 그래서 소나기와 같이 찰나의 순간을 한 번 사는 거 이왕이면 재밌게 살자고 말하는 곡"이라고 밝혔다.
가수 빈첸 /사진=로맨틱팩토리 제공
빈첸은 한경닷컴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달라진 정서를 음악에 녹여냈다"며 "'소나기'의 가사처럼 찰나의 순간을 사는 인생을 이왕이면 다들 괴롭기보다는 재밌게 살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우울감을 벗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빈첸은 "사람 마음에 대한 공부를 했다. 마음공부가 가장 컸다. 여러 가지 책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로 인해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며 "우울함을 달고 살 때도 음악에 나를 녹이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인간이 변함과 동시에 자연스레 분위기가 변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여러 시도와 연구를 거듭했다. 전보다 실력이 향상된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밝고 긍정적인 변화에 절친 김하온의 영향은 없었을까. 두 사람은 Mnet '고등래퍼2'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돈독히 다졌고, 크루 키프클랜(Kiff Clan)에서도 같이 호흡했다. 빈첸이 어두운 내면에 집중한 반면 김하온은 증오 없는 마음의 평화를 강조하는 스타일로, 두 사람은 상반되는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너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빈첸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말이나 사건은 없었지만 알게 모르게 김하온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하온이도 그렇고 키프클랜 친구들과는 노래가 만들어지면 단체 대화방에서 서로 들려주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주며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수 빈첸 /사진=로맨틱팩토리 제공
이번 앨범 '플라잉 하이 위드 유'는 약 8개월 전에 발매했던 전작 '유사인간'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 놀랍고 또 신선하다. '유사인간' 발매 당시 빈첸은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싫어서 그냥 로봇이 되고 싶었다"면서 깊은 우울에 빠져있던 스무 살의 이병재(빈첸 본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스물두 살이 된 지금의 이병재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빈첸은 "'유사인간'을 만들 때 제 문제는 감정을 회피하려 했던 거다. 지금은 감정을 다루는 법과 이론을 배웠다"면서도 "급변의 시기를 겪는 중이라 아직 스물두 살의 이병재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마음의 성장은 곧 음악적 고민으로 이어진 상태다. 그는 "내가 노래하고자 하는 사랑은 아주 커다랗고 포괄적이다. 그게 어려워서 어떻게 표현할지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자연을 느끼며 배우는 중이다. 우울한 정서의 곡은 몇 년간 내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다소 쉽게 가사가 써졌지만 지금의 감정을 갖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조금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날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잘했다", "대견하다"를 꼽았다. 빈첸은 "아무리 힘들어도 음악을 한 순간도 놓지 않았던 과거의 내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이번 앨범에 대한 대중들의 솔직한 반응이 듣고 싶다. 음악적으로 더 발전하는 것 말고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다"고 말했다. 줄곧 음악에 자신을 담아온 빈첸. 마음의 시야를 넓힌 만큼 음악 또한 한뼘 성숙해졌다. 빈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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