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에 쓰일 적십자회비…손길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

김태광 한적 사무총장 인터뷰…작년동기 대비 3% 증가에도 목표액에 78억 미달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해외동포들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월급을 쪼개 모은 데서 시작된 적십자회비가 이제는 재난 취약계층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재원이 됐습니다. "
김태광 대한적십자사(한적) 사무총장은 7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적이 정부의 인도주의 사업 보조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적십자회비 모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적십자회비 모금은 4월까지 진행되는데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약 333억8천만원이 모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정도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할 때 한적이 대구로 달려가 '코로나19 긴급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쳤다"며 "이런 모습들을 보고 국민이 마음을 모아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올해 적십자회비 모금 목표액(약 411억8천)에는 여전히 78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사무총장은 "올해 모인 적십자회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활동에 주로 쓰일 예정"이라며 "아울러 올해 혹서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 기후변화 재난 대비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적은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재난 국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혈장 채혈버스와 헌혈의집 등을 통해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채혈해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공동개발하는 GC녹십자에 제공해왔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에 매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도시락 제작을 주문하고 이를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1004가 전해주는 황금도시락' 캠페인,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에 시달리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마음돌봄 토닥토닥 캠페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경북 상주 등 전국 적십자병원 3곳에 대한 이전·신축 계획을 추진하고,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헌혈 참여를 늘리기 위해 헌혈의집을 확대한다는 사업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국민 대다수가 적십자사의 사업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 비율은 2% 내외에 불과하다"며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적십자사는 평균적으로 전체 예산의 40%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한적의 공익성을 고려하면 복권기금 지원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교류도 한적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김 사무총장은 "쌀·비료·수해물품 지원 등 현안에 따라 바뀌는 인도주의 지원 방식을 넘어 남북교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남북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보건의료 관련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남북생명보건단지'를 비무장지대(DMZ)에 조성하자는 구상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북측이 호응하면 언제든 화상상봉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적십자사에 구축된 상봉실 13곳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