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실탄 장전' 쿠팡의 선택은…M&A 시장이 요동친다

[쿠팡 뉴욕증시行 나비효과 下] 요기요·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향배에 쏠리는 눈

▽ M&A 시장 인수후보군에 빠지지 않는 쿠팡
▽ 요기요 인수 가능성 점쳐져…쿠팡이츠와 시너지
사진=한경 DB
[편집자주]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쿠팡이 이번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데뷔합니다. '메기'로 불리던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7조원 상당에 달하는 '공룡'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쿠팡은 상장 과정에서 1억2000만주를 매각, 최대 36억달러(약 4조4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발판으로 한 쿠팡의 행보가 국내 유통산업 진영과 나아가 인수·합병(M&A)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경닷컴은 '쿠팡 뉴욕증시行의 나비효과' 상·하편에서 그 여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상장으로 4조원 상당의 실탄을 장착하게 되는 쿠팡의 행보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관심사다. 올해 시장에 나온 대어(大魚) '이베이코리아', '요기요'의 몸값이 모두 쿠팡의 행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2위 '요기요'…쿠팡이츠와 합세?

사진=뉴스1
우선 쿠팡이 매물로 나온 국내 2위 배달앱(운영프로그램) '요기요'의 인수전에 뛰어들지가 관심사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인수후보로 손꼽히던 쿠팡이 곳간을 두둑하게 채우면서 세간의 시선이 모인다.

M&A 시장에서는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현재 운영 중인 후발주자 '쿠팡이츠'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배달서비스 지역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 그치는 상황인 만큼 요기요를 인수하면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쿠팡이 DH 품에 안기는 배민과 음식배달 시장에서도 단번에 '양강 구도'를 이루는 모양새가 나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앱의 스마트폰 기준 사용자 수(MAU)는 58%, 31%, 11% 수준으로 집계됐다.IB업계에서는 요기요의 몸값을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이 상장으로 4조원대의 자금을 손에 넣는다면 크게 문제 없는 수준의 인수자금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쿠팡은 현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 외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와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을 비롯한 편의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유력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뜨뜻미지근한 '이베이코리아' 대전 변수…몸값 뛸까

이베이 본사는 지마켓, 옥션, 지구(G9)를 거느리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임했습니다. /한경DB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또 다른 매물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G마켓과 G9, 옥션을 운영하는 e커머스 업계 '빅3'인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 산정에 쿠팡의 상장이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일각에선 인수전 참여 관측도 내놨다.

우선 쿠팡이 상장 조달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달아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e커머스 관련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 M&A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상장이 다소 뜨뜻미지근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를 5조원 이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비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후보군으로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카카오 등이 점쳐진다. 쿠팡이 직접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픈마켓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양사가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고,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라고 판단돼, 유일한 인수 후보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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