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률 '제로' 눈앞…IT로 '동산대출 위험' 잡은 국민銀

사진=국민은행 제공
화장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자금난에 시달렸다. 80억여원을 들여 덴탈 마스크 제조 시설을 새로 지었지만,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국민은행에서 마스크 설비를 담보로 동산 담보대출을 받고 숨통이 트였다. A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담보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모니터링하는 조건으로 담보 인정 비율을 기존 40%에서 60%까지 늘려주고 금리를 낮춰줬다”며 “연간 이자 비용을 1400만원 가량 줄이면서 큰 경영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동산 담보 대출에 IT 기술을 적용하면서 시장 영토를 빠르게 넓혀 나가고 있다. 재고 자산 등 동산 담보를 원격으로 관리·모니터링할 수 있게 돼 부실률도 2년새 20분의 1도 줄어들었다. 동산 담보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온라인대출중개(P2P) 업체들의 부실률이 80%에 가까워진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부동산담보 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들이 올해부터 동산 담보 대출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oT로 담보 이상 감지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 1월 기준 동산 담보 대출 부실률(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을 기록했다. 2018년 12월(4.2%)에 비해 2년새 20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2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7배 가량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IT기술을 적용한 동산담보 사후관리 플랫폼을 구축한 이후 동산 담보 대출액은 늘고, 부실률은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동산금융은 케이블카, 크레인, 원자재 등 기업의 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부동산 등 자산이 없거나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들 위주로 수요가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취급을 꺼려 왔다. 기업이 동산 담보를 몰래 처분하는 등 담보 가치가 훼손돼 부실이 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P2P업체의 동산담보 대출 1820억원 중 연체율은 79%에 달했다. 담보를 잡고 돈을 내주고도 열에 여덟은 돌려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은 IT 기술을 활용해 이런 맹점을 극복했다. 2019년 4월 KT와 협약을 맺고 기업의 동산 담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었다. 담보의 위치와 상태를 추적하기 때문에 무단으로 옮기거나 훼손할 수 없다. 이상이 발생하면 KT텔레캅이 즉시 출동한다. 은행은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동산 등기부 디지털 열람·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재고 자산에는 QR코드를 부착, 수량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별도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동산 담보 인정 비율이 30~40%에 불과했지만 최대 60% 안팎으로 높아졌다. 대출 금리도 연 1%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인터넷 전자등기 시스템을 구축해 동산담보권을 설정할 때도 전자 설정 계약 시스템을 사용하고, 비대면 대출 상품까지 출시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동산 대출 경쟁 본격화될듯”

은행권에서는 올해부터 동산 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국책은행 위주로 이뤄져왔지만,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권이 취급한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4207억4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802억14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주택담보·신용대출 시장이 위축된 만큼 동산담보대출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중소기업들의 동산 대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창업 기업 대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