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이스의 힘…베트남에 제2코엑스

호찌민 인근 산업도시 빈증 전시장
코엑스, 3년간 운영권 확보
中企 아세안 진출 거점 될 듯
코엑스가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인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빈증 뉴시티 엑스포’ 운영권을 확보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베트남투자개발공사 베카멕스(BECAMEX)와 다음달 개관하는 WTC 빈증 뉴시티 엑스포 전시장 운영대행 계약을 맺었다”고 8일 밝혔다. 운영기간은 올 4월부터 2024년까지 3년이다. 코엑스는 시설 운영을 통해 기본 운영대행비 19억원(약 170만달러)을 포함해 연간 50억~60억원의 새로운 수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전시장 운영회사가 해외 전시장 운영권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킨텍스가 2018년 인도 뉴델리 ‘인디아국제전시컨벤션센터(IICC)’의 20년 운영권을 확보한 게 최초였다.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표적 생산기지이자 신남방정책 중심인 베트남의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장 진출은 코엑스가 처음이다.

10년 공들인 현지화 전략 통했다

빈증 뉴시티 엑스포는 베트남 정부가 산업도시로 개발 중인 빈증성의 새 랜드마크 월드트레이드센터 내 핵심 시설이다. 베트남 남부 핵심 경제구역에 있는 빈증성은 서울 면적 네 배에 달하는 신흥 산업도시다. 내년 직할시 승격을 준비 중인 빈증성은 WTC 일대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처럼 전시장과 호텔, 쇼핑몰, 공연장, 오피스 등 다목적 시설을 갖춘 복합 비즈니스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코엑스가 3년간 운영을 맡은 전시장은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실내외 전시장 면적이 1만9614㎡로, 코엑스(3만6007㎡)의 절반을 넘는다. 기존 회의 전용시설인 빈증 전시컨벤션센터(1만2500㎡)와 연계한 확장시설로 2019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올 2월 완공됐다.2019년 베카멕스의 제안으로 전시장 디자인 설계 컨설팅을 맡은 코엑스는 별도 경쟁입찰 없이 운영권을 따냈다. 전시장 운영권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독일과 프랑스, 싱가포르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혈입성’인 셈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공들인 베트남 현지화 전략이 이번 운영권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국내 마이스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코엑스는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유통, 교육, 식품, 기계, 에너지, 소비재 관련 7개 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15년엔 호찌민에 지사도 설립했다.

K마이스 아세안 전초기지 기대

코엑스의 전시장 운영권 확보로 중소·벤처기업과 마이스업계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호찌민과 1시간 거리인 빈증성은 지리적 요건과 인프라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커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써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빈증성의 새 랜드마크 시설을 코엑스가 운영함에 따라 현지에 새로운 한류 거점을 구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빈증성 29개 공단에는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대만, 일본 등의 32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국 기업은 CJ와 코오롱, 금호타이어, 오뚜기, 오리온 등 800여 개로 전체 입주 기업의 25%를 차지한다. 강호연 코엑스 전무는 “전시회와 상담회 등 전시장에서 열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를 통해 대기업과 중견기업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