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막힌 광화문 앞 도로에 '답답한 출근길'

광장 서측 도로 막고 갈아엎어
차선 3개 사라져 시민들 불편

야권 후보들, 정비사업 부정적
"새 시장에게 진행 여부 맡겨야"
서울시가 지난 6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의 서측 도로를 폐쇄하고 동측 도로의 양방향 통행을 시작했다. 동측 도로의 양방향 통행을 시행한 뒤 첫 평일 출근일인 8일 오전 11시께 광화문 일대 도로가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8일 오전 8시 찾은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공사판’이었다. 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 곳곳에는 굴착기가 배치돼 굉음을 내며 땅을 팠다. 세종대왕 동상 옆에는 흙더미가 가득 쌓였다. 시민들은 부서진 아스팔트 포장 옆으로 아침 출근길 발걸음을 옮겼다. 광화문 인근 사직로는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6일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가 폐쇄되고 동측 도로(교보빌딩 앞)의 양방향 통행을 시작한 후 첫 평일 출근을 맞은 이날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시는 오는 11월까지 서측 도로를 보행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사는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광화문광장 정비 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광화문광장 인근의 교통체증 가중을 우려한다. 이번 공사가 끝나면 광화문광장 주변 차로가 기존 12개에서 7~9개로 줄어들어서다. 실제 이날 출근시간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의 통행속도(서→동)는 시속 18.6㎞로 전주 대비 12.7% 하락했다.

서울시가 도심 방향으로 진입하는 교차로의 신호운영 체계를 조정해 차량을 인근 도로로 분산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전자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서측 도로 폐쇄 사실을 알지 못한 차량들은 평소처럼 우회전을 하다가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고 차를 돌렸다. 동측 도로에선 세종대로에서 사직로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과 마주 오는 우회전 차량이 맞부딪칠 위험이 커졌다. 사직로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현장을 찾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목소리를 높여 이 같은 상황을 호소하기도 했다.다음달 7일 재·보궐선거 이후 새 시장이 오면 당장 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는 공공연하게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해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 추진은 ‘날림 행정’이자 ‘불통 행정’”이라며 “공사를 멈추고 시민이 선택한 자격 있는 새 시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하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광화문광장 공사에는 총 7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토목공사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