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 족쇄 풀려…대법, 부패혐의 실형 무효

파선거권 회복하며 2022년 대선 최대변수로 등장…잠재득표율 1위 차지

브라질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에 대해 부패 혐의를 적용해 선고된 실형이 무효가 됐다. 이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은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의 에지손 파킨 대법관은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권력형 부패 수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실형을 모두 무효로 한다고 이날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이날 판결로 쿠리치바 지역 연방법원에 의해 이루어진 모든 결정은 무효가 됐다"고 밝혔다.
파킨 대법관은 남부 파라나주 쿠리치바시 연방검찰 부패 수사팀에서 진행한 룰라에 대한 수사와 연방법원의 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룰라를 수사한 판사와 검사의 담합 의혹이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월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세르지우 모루 전 판사가 연방검사들에게 룰라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룰라의 변호인단과 노동자당, 지지자들은 불공정한 수사 때문에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월에는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에 앞서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비밀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파킨 대법관의 판결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은 정치적 권리를 회복했으며,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종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룰라가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숨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브라질 컨설팅 회사인 IPEC가 최근 유력 대선 주자 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잠재득표율 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50%로 선두를 차지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38%로 뒤를 이었고, 연방판사 시절 부패 수사를 이끈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31%, 나머지 주자들은 30%를 밑돌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적으로 떠오른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15%에 그쳤다.
브라질에서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으로 권력형 부패 수사가 진행됐다.

수사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수주의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룰라도 부패 수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룰라는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2018년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수감 상태에서도 2018년 대선 출마를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했으나 연방선거법원은 같은 해 8월 31일 특별회의를 열어 다수 의견으로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룰라는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대타로 내세웠으나 그해 10월 말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에게 패했다. 이후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룰라는 수감 580일 만인 2019년 11월 8일 석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