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위에 주가 30% 오른 OO…'정치 테마주'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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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국면에 정치 테마주도 요동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도가 2배 이상 '폭등'했다는 소식에 덩달아 오른게 있다. 바로 '정치 테마주'다.
조 바이든 당선에 게맛살 업체 주가가 상승하기도
펀더멘탈과 무관한 주가 흐름에
'투자 아닌 도박' 지적
합성가죽을 생산하는 D회사는 대표적인 '윤석열 테마주'로 꼽힌다. 자세히 살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윤 전 총장과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S 회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 역시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두 회사 모두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20%이상 급등했다.
이들 기업은 학교 동문 이상의 아무런 친분 관계가 없고, 사업 내용도 전혀 관계가 없다는 해명 공시까지 내놓았지만, 관련 투자자들은 여전히 '윤석열 테마주'라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식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등을 살펴봐도, 많은 투자자들은 이 회사에 투자하는 이유에 있어서 특별한 이유를 달지 않는다. 한 투자자는 "어떤 사업 어떤 제품을 만든다보다는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정치 테마주라고 믿으니 테마주'라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교육, 생활, 식품업체인 W회사는 성이 같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 최대주주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 하나에서다. 윤 전 총장과 이 회사의 최대 주주 두 사람 모두 파평 윤씨 집성촌인 충남 공주·논산시를 연고지로 두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영어 교육 업체 N회사 역시 최대주주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점에서 테마주에 포함됐다.
이 두 회사 역시 전날인 8일 상한가를 쳤다.
이 밖에 안철수, 오세훈, 이낙연, 이재명 등 유력 정치인에게는 5~10개의 관련 테마주가 있다. 역시 성이 같거나, 학교 동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다. 한국의 주식이지만 미국 대통령 관련 테마주까지 있다.
의아하게도 게맛살을 만드는 H업체다. 이 회사의 대표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졸업한 시라큐스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에서다.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은 1960년대에 시라큐스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점상 H 업체 대표가 태어나기도 전 일이다.관련성을 엮기가 더 어려운 상황임에도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은 H기업을 바이든 테마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는 투자는 도박·투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에 대한 접근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한다.
정치 테마주는 정치적 이벤트에 반응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매수로 거래량이 급증하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를 보고 주가가 고점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기대에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불공정거래 세력이 개입할 여지도 크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하기 때문에 언제든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만약 투자한다 하더라도 뭘 만들고 뭘 파는지, 재무 구조는 어떤지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들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