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출고 늦으면 EV6로 갈아탄다"…보조금 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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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계약 몰린 아이오닉5
생산 차질로 출고 지연되면 보조금 '취소'
기아 EV6, 보조금 두고 경쟁 벌어질 전망
완성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동일 세그먼트에서 경쟁을 거듭해왔다.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와 K7,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K5,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와쏘렌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쟁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급 대수가 한정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사전계약 접수 일주일 만에 3만5000여대가 계약됐다. 현대차의 올해 국내 판매 목표였던 2만6500대를 넘긴 것은 물론 올해 정부가 설정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인 7만5000대의 절반에 달한다.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차량 판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전체 시장 규모도 결정한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하면 6000만원 미만 전기차를 구매할 때 많게는 19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오닉 5가 보조금 선점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아직 아이오닉 5 생산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노조와 생산라인 투입 인원 협상을 마치지 못한 탓이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적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현대차는 증산을 통해 사전계약 물량을 연내 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장기화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도 골칫거리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 테슬라 등이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대차도 재고가 거의 소진돼 잔업과 특근을 줄이는 상황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도 아이오닉 5의 발목을 잡는다. 아이오닉 5에 보조금을 받으려면 국내 출시 후에 사전계약을 본계약으로 전환하고 신청해야 한다.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계약 2개월 이내 차량을 등록하고 보조금을 받는 식이다.
만약 2개월 내에 차량을 받지 못하면 보조금은 취소되며 전기차를 전액 개인 비용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순번이 밀려 차량을 내년에 받는다면 보조금이 깎일 가능성도 높다.이러한 아이오닉 5의 약점은 오는 7월 국내 출시하는 기아의 EV6의 경쟁력을 높여줄 전망이다. EV6는 출시 시점이 늦은 만큼 부품 수급과 생산 일정에 만전을 기할 여유가 있었다. 원활한 생산이 이뤄진다면 아이오닉 5 보조금을 우려하는 수요가 EV6로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공유하기 때문에 성능도 비슷하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6에 대해 "1회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고 4분 충전으로 100km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며 "3초대 제로백 성능을 지녀 힘 있는 운전도 가능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EV6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이달 말 세계 최초공개 행사(월드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아이오닉 5를 제외하더라도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아이오닉 5가 출시되면 소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아이오닉 5를 신청했더라도 순서가 늦다면 보조금 우려에 EV6로 갈아타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을 둘러싼 두 차종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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