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단체, 교과서 '위안부 기술 삭제' 또 요구

내달 시작되는 신학기부터 사용될 예정인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을 삭제해야 한다는 일본 우익단체의 압박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상의 위안부 관련 기술 삭제를 해당 출판사에 권고하라는 요청서를 전날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앞으로 보냈다. 앞서 새역모는 '위안부 진실 국민운동' 등 다른 우익단체와 함께 작년 12월부터 문부성에 2차례에 걸쳐 삭제 권고를 요청했지만, 문부성은 이에 불응했다.

이들 단체의 삭제 권고 요청은 이번이 3번째여서 문부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새역모가 주도적으로 삭제 주장을 펴는 위안부 관련 기술은 야마카와(山川)출판의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담겨 있다. 작년에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는 '전시 체제하의 식민지·점령지'라는 제목으로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일본에 징용돼 광산, 공장 등에서 가혹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강요당했다"라고 적었다.

또 같은 페이지에 주석을 달아 "전지(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여성이 모집됐다.

('이른바 종군위안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부성은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적인 연행이 있었다'라고 명시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는 현 일본 정부 견해와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출판사에 삭제를 권고하라는 우익단체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역모는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고노담화)를 통해 위안소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직접·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인정하면서 전제한 '이른바'라는 표현을 삭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고노 담화는 '이른바(いわゆる)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하고, 야마카와출판사 교과서에도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새역모는 "이른바라는 말은 세상에서(사회적으로) 잘못 사용돼 '속(俗)된 표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어서 원래는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지난 2월 국회 답변을 통해 "근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종군위안부'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을 삭제해야 할 근거로 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쓰지 않는 용어가 의무교육용 교과서에 등장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역모 등 우익 단체들은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얻을 때까지 삭제 권고 요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