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재단법인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이 감염성 병원체를 고감도로 실시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바이러스나 대장균 등 감염성 병원체를 진단·검출하기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주로 쓰인다.
병원체와 반응하는 특정 탐침에 형광물질을 표지한 뒤 표적 DNA의 증폭 반응에 의해 나오는 형광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형광 신호 검출 장비가 필요해 현장에서는 진단할 수 없고 여러 성분을 동시에 검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증폭 때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 즉 저항값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형광 신호 검출 장비 없이도 병원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저항값 센서는 마이크로미터(㎛·1천분의 1㎜) 갭 전극을 사용하는데, 분극 현상으로 인해 신호 손실이 생겨 저항값 변화를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전극 사이 갭을 나노미터(㎚·100만분의 1㎜) 간격으로 좁혀 전극 분극을 줄임으로써 미세한 전기적 신호 변화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나노미터 갭 저항값 센서를 이용해 병원성 대장균 'O157:H7'의 표적 DNA를 증폭시켜 5분 만에 검출했다. 기존 PCR 증폭 방식은 초고속으로 온도를 60∼90도 사이에서 올렸다 내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해 시간이 걸리지만, 이 기술은 같은 온도(39도)에서 형광 신호 분석 장비 없이도 검출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각각의 전극에서 개별적인 전기적 신호를 측정할 수 있어 다중 검출이 가능하다.
신용범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장은 "대형 장비가 필요 없어 병원체를 현장에서 검출할 수 있다"며 "소형화 모듈 등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지난 1월 29일 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