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 빛바랜 영광?…빅5 공채 아직 수백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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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연봉에 해외근무 메리트까지종합상사가 한국 수출의 대표주자로 활약했던 1980~1990년대 대학생의 선호 직업 1순위는 ‘상사맨’이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종합상사 입지가 축소되면서 ‘상사맨의 영광’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1980~90년대 직업 선호도 1위
채용인원 줄어 여전히 '좁은문'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지난해 11월 ‘100대 기업 직원 수 대비 임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상장사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과 임원 수를 비교한 것이다. 조사 결과 임원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 1위는 현대종합상사였다. 전체 직원 240명 중 임원이 12명으로, 임원 한 명당 직원 수가 20명 수준이었다. 2위는 LG상사(22.2명)였다. 두 회사는 임직원 수를 단순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무역업계는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종합상사에 ‘새 피’가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상사 관계자는 “직원 수 대비 임원이 많다는 것은 회사 성장이 정체되고, 신규 직원 채용이 줄면서 조직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종합상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생의 선호 1순위 기업 중 하나였다. 정보기술(IT)·제조업과 달리 이공계 전공자와의 차별이 없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었다. 그룹 공채를 통해 한꺼번에 신입사원을 뽑던 시절 성적이 좋은 신입사원들은 대부분 종합상사에 배치됐다. 연봉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 높았다.
1980~1990년대 삼성물산과 대우실업(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앞다퉈 임금을 인상하는 등 치열한 인재 유치전을 벌였다.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 계열사들이 해외 생산·판매 법인을 잇따라 신설하는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면서 상사맨 인기도 줄었다. 전자와 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이 인센티브 제도를 본격 도입하면서 종합상사 연봉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 뒤처지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상사맨의 인기가 시들었지만 종합상사에 취업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도 국내 ‘빅5’ 종합상사의 신입사원 정기공채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달했다. 매년 뽑는 인원이 적게는 10명에서 많아야 4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