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왕실의 뒷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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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앞마당은 화려하다. 그곳에 사는 왕자는 백마 탄 꽃미남, 공주는 동화 속 미녀 같다. 그러나 왕궁의 앞마당에 해가 비칠 때 뒷마당에는 그늘이 진다. 구중궁궐의 암투 같은 잔혹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들 역시 왕가의 흑역사를 다룬 것이다.
어제는 영국 왕실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종일 화제를 모았다. 2년 전 해리 왕손과 결혼한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 왕손빈은 “왕실의 멸시와 인종차별 때문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폭로했다. 흑백 혼혈인 마클은 “(왕실에서) 아기의 피부색이 얼마나 검을지도 거론했다”며 울먹였다.해리 왕손도 서운함을 토로하며 “어머니가 이런 상황을 알면 매우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생전에 남편(찰스 왕세자)의 불륜과 왕실의 냉대로 피골이 상접할 정도의 고통을 받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대중은 “다이애나비가 겪었던 왕실의 잔혹 드라마가 재현됐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했던 왕손빈의 자업자득”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왕실은 “왕실 직원들까지 괴롭히던 왕손빈이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심장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에서 왕실을 공격했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왕실 스캔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잇달아 터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뇌물수수와 탈세 혐의로 자국에서 쫓겨났고, 아들인 펠리페 6세 현 국왕도 각종 추문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족 일부가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맞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말 즉위한 와치랄롱꼰 왕은 왕위 계승 전부터 수많은 기행과 혼외정사로 물의를 일으켰다. 네 번째 왕비를 맞은 후에도 젊은 정부(情婦)를 들이며 누드 사진 유출 등 낯 뜨거운 뉴스의 주역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가 남긴 22명의 아내와 이복형제 36명이 벌이는 왕권 다툼도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왕실의 뒤꼍에서 벌어지는 ‘막장 드라마’의 결말은 대부분 비극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의 첫 대사를 “거 누구요?”라고 쓴 것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진정으로 돌아보라는 상징어법이 아닌가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어제는 영국 왕실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종일 화제를 모았다. 2년 전 해리 왕손과 결혼한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 왕손빈은 “왕실의 멸시와 인종차별 때문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폭로했다. 흑백 혼혈인 마클은 “(왕실에서) 아기의 피부색이 얼마나 검을지도 거론했다”며 울먹였다.해리 왕손도 서운함을 토로하며 “어머니가 이런 상황을 알면 매우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생전에 남편(찰스 왕세자)의 불륜과 왕실의 냉대로 피골이 상접할 정도의 고통을 받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대중은 “다이애나비가 겪었던 왕실의 잔혹 드라마가 재현됐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했던 왕손빈의 자업자득”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왕실은 “왕실 직원들까지 괴롭히던 왕손빈이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심장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에서 왕실을 공격했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왕실 스캔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잇달아 터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뇌물수수와 탈세 혐의로 자국에서 쫓겨났고, 아들인 펠리페 6세 현 국왕도 각종 추문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족 일부가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맞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말 즉위한 와치랄롱꼰 왕은 왕위 계승 전부터 수많은 기행과 혼외정사로 물의를 일으켰다. 네 번째 왕비를 맞은 후에도 젊은 정부(情婦)를 들이며 누드 사진 유출 등 낯 뜨거운 뉴스의 주역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가 남긴 22명의 아내와 이복형제 36명이 벌이는 왕권 다툼도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왕실의 뒤꼍에서 벌어지는 ‘막장 드라마’의 결말은 대부분 비극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의 첫 대사를 “거 누구요?”라고 쓴 것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진정으로 돌아보라는 상징어법이 아닌가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