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엔 살이 얼마나 있을까? AI가 내놓은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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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정고 학생들이 전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대정고 제공
전복의 순수 살코기양은 겉껍질만 보고 알아내기 쉽지 않다. 같은 무게라도 마리마다 수분량과 형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수분 대비 살코기 비율을 뜻하는 ‘살수율’은 해산물의 가격 산정에서 중요 지표로 여겨지지만, 경험이 많은 양식업자들도 ‘감’에 의존할 뿐이다.

고등학생(제주 대정고)인 김영재(18), 고민석(18), 박승원(18) 군은 이 전복 가격의 산출이 합리적인지 의문을 품었다.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라 더 눈길이 갔다.‘딥러닝을 통한 전복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은 이렇게 탄생했다. 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살수율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전임 정보 교사가 있다는 점은 큰 힘이 됐다. 김군은 “해산물 시장을 돌면서 전복 데이터를 모으고, 선형회귀(데이터 간 관계 측정 모델) 방식을 이용해 석 달 만에 개발을 마쳤다”고 했다. 한 학년이 10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나온 이 ‘신기한 AI’는 최근 한국정보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AI 기술 전략을 다루는 한 해커톤 대회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성인팀을 제치고 우승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디지텍고 2학년 학생 3명으로 구성된 ‘딸기우유통치즈돼지갈비찜팀(딸기팀)’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후원한 ‘퓨처테크 해커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딸기팀의 AI 프로그램은 해양 침적 쓰레기 이미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호평받았다.

고교생들이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컴퓨터에 대한 친숙함이 자리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정보담당 교사는 “이미 개발 언어에 익숙한 학생도 많고, 수업시간에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도 많다. 제대로 된 AI 교육이 꼭 필요한 세대”라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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