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투기 논란에도…시흥 아파트값 '들썩'

한국부동산원 주간 시세
1년 만에 최대폭 0.82% 올라
대야동 '시흥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두 달새 2억 '껑충'

청약 수요 몰려 전셋값 0.6%↑
신도시 지정 취소 가능성 '변수'

서울 집값·전셋값 상승폭 '주춤'
지난달 24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경기 시흥시 일대 아파트 모습. 한경DB
경기 시흥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광명시흥에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 수요가 몰렸다. 사전 청약을 위한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인근 전셋값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다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논란 등으로 3기 신도시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변수다.

시흥 아파트 1년 만에 최고 상승률

11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3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8일 기준) 시흥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8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월 셋째주(0.92%) 이후 1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3기 신도시 공급 대책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시흥시 과림동·금이동 및 광명시 광명동·옥길동·노온사동 등 일대 1271만㎡ 규모 3기 신도시를 조성해 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3기 신도시로 발표한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보다 큰 규모다.

지하철 1·2·7호선,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제2경인선 등 교통 대책을 비롯해 각종 인프라 조성에 따른 기대로 인근 아파트에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직후인 지난주 시흥 아파트값 상승률은 0.71%로 급등했다. 한 달 전인 2월 둘째주(0.38%) 상승률과 비교해 상승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신도시 예정지와 인접한 시흥 은계지구(은행동·대야동·계수동·안현동 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야동 주상복합 ‘시흥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월 6억88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신도시 지정 발표가 있고 나서 이달 5일 8억63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만에 약 2억원이 뛴 셈이다. 현재 실거주가 가능한 매물은 최소 9억원~최대 15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은계지구 내 A공인 대표는 “광명에 비해 이곳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 보니 ‘시흥은계한양수자인더클래스’ ‘시흥은계호반써밋플레이스’ 등 신축 아파트에 실수요자와 투자용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거주 기간 요건을 채우기 위한 발빠른 청약 수요가 모여들며 전셋값도 들썩일 조짐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신도시에 2023년 사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주 시흥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0.60%로, 신도시 지정 발표 직전인 2월 마지막주(0.44%)와 비교해 상승폭이 0.16%포인트 확대됐다.

“3기 신도시 지정 취소 가능성은 변수”

시흥과 함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광명 집값도 이번주 0.42% 올라 전주(0.40%)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다만 광명은 지난해부터 뉴타운과 재건축 등 각종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신도시 지정으로 인한 상승폭 확대가 시흥보단 덜하다는 분석이다.최근 LH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신도시 인근 토지에 투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도시 지정 취소 여론이 일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올라온 청원에는 이날 오후 기준 6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명시흥신도시는 아직 발표만 했을 뿐 보상 등 아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가 3기 신도시 전체 사업 신뢰 회복을 위해 광명시흥에 대해 지정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도시 호재만 기대하고 투자용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잠잠한 분위기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7% 올라 지난주 상승률을 유지했다. ‘2·4 공급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첫째주 0.10% 오른 뒤 △둘째주 0.09% △셋째주 0.08% △넷째주 0.08% 등 상승폭이 점차 둔화하는 중이다. 부동산원은 “공급 대책 영향과 미국발(發)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매수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서울 전세값 상승폭도 지난주와 동일한 0.06%를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저가로 인식된 성동구(0.11%)는 왕십리뉴타운 신축이나 응봉동 등 단지 위주로 올라 이번주 서울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