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폐막…홍콩선거제 개편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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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애국자가 홍콩 다스린다"중국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홍콩 선거제 개편을 단행했다. 서방 국가들이 홍콩 인권 악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미국은 전날 중국의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군함을 투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反中 민주세력 퇴출 '대못'
올해 성장률은 6% 이상 제시
美, 대만해협에 군함 보내 압박
민주파 손발 묶는 선거법 개정
중국 최고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인대 대표 2896명 중 기권 1명을 제외한 2895명이 찬성했으며 반대는 한 표도 없었다.개편안은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선호하는 인물이 주요 선거에서 선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선거인단 중 구의원 몫(117명)이 사라지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단 등 친중 세력 몫이 400여 명 추가된다.
의회 의석도 90석으로 늘어난다. 선출직 40석과 직능대표 30석에서 선출직, 직능대표, 행정장관 선거인단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선출직 중 구의원 몫 5석은 없어진다.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파가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하자 주요 선거에서 구의원을 배제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 것이다. 지난해 양회에서 전인대는 국가 분열 행위를 금지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켜 홍콩 민주파의 활동 범위를 크게 위축시켰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보완하고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견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리 총리는 또 미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하길 희망한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서로의 이익과 관심사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양국이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전인대는 또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 초안도 의결했다. 5개년 계획에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신소재·로봇·스마트카 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장기 전략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와 같은 첨단기술 역량 제고를 목표로 내세웠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군사적 압박 이어가는 미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홍콩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이날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는 미사일 구축함인 존핀함이 국제법에 따라 통상 작전의 일환으로 전날 대만해협을 지났다고 발표하고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만재배수량 9217t의 이지스함인 존핀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남중국해 일대에서 활동 중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에 소속돼 있다.태평양 함대는 “이번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준다”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계속해서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미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4일과 24일 각각 미군 구축함 한 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과거 미국은 1년에 한 번 정도 대만해협을 통과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만해협 작전이 크게 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지속할 계획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중국군은 모든 위협과 도발에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장춘후이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미 군함의 행위는 지역 정세를 해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