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살여아, 외할머니냐 친모냐…'내연남 DNA 검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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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 임신-출산 시기 비슷한 외할머니경북 구미의 한 빌라 빈집에서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살 여자아이의 친모가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진 A(49)씨로 밝혀진 가운데 A씨가 낳은 딸의 친부가 누구인지를 밝혀줄 DNA(유전자) 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 바꿔치기 한 것 아닌지 의심
"여아 친부, 외할머니 남편 아냐"
구미경찰서는 12일 A씨 내연남의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이날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경찰은 이미 DNA 검사에서 숨진 아이의 친모가 구속된 B(22)씨가 아니라 친정 어머니인 A씨라고 확인했다. 또 숨진 3살 여아의 친부가 외할아버지인 A씨 남편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냈다.경찰은 A씨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숨기기 위해 친딸을 자신의 외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은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아니었고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지난달 10일 오후 3시께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살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 시신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A씨 부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친모로 알려졌던 B씨는 경찰조사에서 "친부와 오래 전 헤어졌고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해 8월 중순께 다른 남자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를 빈집에 홀로 두고 다른 남자와 살기 위해 인근 빌라로 이사한 시점은 같은 달 초쯤이다. 다른 남자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전 남편과의 아이를 버린 것이다.이사를 가면서 가재도구 등을 모두 챙겨나가 집안에는 먹을 것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는 이 기간 중 아무것도 먹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여아 외할머니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어요"
경찰은 사건 발생 9일 만인 지난달 19일 B씨를 살인,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영유아보호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후 경찰이 여아 사망에 깊숙이 관여한 공범을 검거하면서 사건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검거된 공범이 외할머니 A씨인데다 숨진 3세 여아의 친엄마는 구속된 B씨가 아니라 외할머니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이 같은 사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숨진 3살 여아, 구속된 B씨와 이혼한 전 남편, 외할머니 A씨 등의 DNA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A씨는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도착한 직후 '본인의 딸이 맞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며 자신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전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임신과 출산 시기가 비슷한 외할머니 A씨가 자신의 아이를 B씨의 아이와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DNA 검사 절대 틀릴 수 없어…4번 검사, 4번 다 일치"
경찰은 B씨가 낳은 딸의 행방과 죽은 아이 친부가 누구인지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A씨가 분명 딸을 낳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제시됐다.12일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알아보니, 경찰은 '분명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고 하고 의사도 '이 부분을 확인해줬다'고 한다"며 딸 A씨의 출산사실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승재현 위원은 "팩트는 누군가 외할머니와 B씨를 아이를 바꿨다"며 "사망한 아이의 친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이 내연남을 어느 정도 확정, DNA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A씨가 '내 딸이 아니다'라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을 "범행을 부인하고자 마음 속에서 나타나는 생각을 그냥 이야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할머니 A씨의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태어나게 됐는데 상대에게도 알릴 수 없고, 주위 사람에게도 알릴 수 없는 사정상 딸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며 이런 사정으로 인해 A씨가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DNA 검사 결과가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선 승재현 위원은 "DNA R검사는 법원에서도 '불요증 사실'(공지의 사실·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로 믿고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더군다나 국과수 본원과 지원이 있는데 구미 경찰이 본원까지 가서 4번의 검사를 했다"며 "한 번도 아니라 4번 검사 결과가 모두 일치했다라는 점을 알야야 한다"고 강조했다.경찰은 "A씨의 내연남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A씨가 낳은 딸의 행방을 비롯해 아이를 바꿔치기한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