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초입부터 '벌집주택' 빼곡…새로 단 에어컨 실외기엔 잡초만

세종시 스마트 산단 예정지 가보니…

거래·개발행위 제한 직전
조립 주택 30여채 넘게 '급조'

세종시 공무원도 지정 6개월 전
부지매입 의혹…경찰, 내사 착수
정부세종청사에서 북쪽으로 9㎞가량 떨어져 있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세종시가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스마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이곳 마을 초입에는 조립식 패널로 지은 주택 10여 채가 서 있다. 기존에 집이 한 채 있던 부지를 쪼개 여러 채를 세운 이른바 ‘벌집주택’이다. 대부분 집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을 찾기 힘들다. 에어컨 실외기에는 잡초가 감겨 있고 집 앞마당에는 주소 안내판, 우편물 등이 나뒹굴고 있다.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와촌리에만 이런 조립식 주택이 30여 채 있다. 산단 지정 직전인 2018년 초 하나둘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안기철 전 와촌리 이장(61)은 “갑자기 외지인들이 집을 새로 짓길래 의아했는데 얼마 뒤 산업단지가 생긴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산단이 들어서면 보상비를 받기 위해 살지도 않을 집을 지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스마트국가산단은 LH와 세종시가 2027년을 목표로 세종시 연서면 일원 약 277만6000㎡에 스마트산업과 연계한 신소재·부품업종 중심지를 조성하는 거대 국책사업이다. 2018년 8월 국토교통부가 스마트국가산단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세종시는 2018년 9월 연서면 와촌리, 부동리, 국촌리, 신대리 등 4개리 일원 약 366만336㎡에 대해 거래·개발행위를 제한했다. 조립식 주택 대부분이 거래·개발행위 제한 직전에 생겨나면서 공무원 등이 개입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실제 세종시청 한 공무원이 산단 내 연서면 와촌리 토지를 사들여 조립식 건물을 지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12일 투기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매입 시기는 연서면 일원이 산단으로 지정되기 6개월 전인 2018년 2월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무원은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으로, 동생도 공무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를 이어 이곳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는 마을 주민들은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마을 주민은 “우리 마을은 복숭아가 유명한 곳인데 이제 투기로 유명한 곳이 돼버렸다”고 했다.투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세종시는 투기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연서면 스마트국가산단 후보지 확정일 이전에 수십 채의 조립식 건물을 짓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부동산투기특별조사단’을 구성·운영해 강력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국가산단 후보지 입지 선정 과정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안 전 이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굳이 민가가 많은 마을에 국가산단을 짓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이렇게 관 주도로 밀어붙이니까 거기서 정보를 들으면 무조건 개발된다는 생각에 투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