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영입' 자신하는 3가지 이유 [정치TMI]

총장직 사퇴 후 야권서 러브콜 쏟아져
'제3지대행'이냐 '국민의힘행'이냐 놓고 줄다리기
"3지대 택할 경우 자금과 조직 한계 극복 어려워"
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별의 순간'을 잡았다. 대선(내년 3월9일)를 1년여 앞두고 직을 던지는 승부수를 띄우면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서 '범야권 유력 대선후보'로 탈바꿈하면서 그는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위치로 올라섰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면서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 사퇴 직후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야권의 러브콜이 시작된 것은 정해진 수순. 이제 관심은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중에서도 어느 진영을 택할 것인지가 됐다. 크게 보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할 것인지, 아니면 '제3지대' 노선을 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CBS라디오에서 안철수 대표가 2016년 총선 직전 윤 전 총장 영입을 시도한 사실을 공개하며 "향후 안철수·윤석열이 함께하는 부분에 대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이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에 서로 공감한 만큼 연대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달랐다. 그는 취재진에게 "(윤석열 전 총장의)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라면서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정치권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과 손 잡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 윤석열 영입 자신감

첫 번째 이유는 '자금과 조직의 한계'.

지난 대선에서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제3지대 유력 주자로 주목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본격 레이스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대선을 준비하면서 인력과 조직, 자금 등 모든 측면에서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반기문 전 총장은 직접 "당이 없어 사비를 쓰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캠프에 1억원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이거 갖고 쓰라"고 했는데, 이를 불과 이틀 만에 소진하자 반기문 전 총장이 놀랐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이 반기문 전 총장이 불출마를 결심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전 총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은 최근 안철수 대표와 과거 함께 일했던 인사를 만나 조언을 구했는데 유사한 이유로 '제3지대 출마'를 만류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윤석열 전 총장 측에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정치에 뛰어들면 한 달 내에 정당에 입당하라고 조언했다는 것. 조직과 자금을 갖추지 못한 무소속 후보가 갖는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어렵다" 안철수 과거 측근도 윤석열 측 만나 입당 권유

두 번째 이유는 '제3지대 인물난'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하긴 했지만 중도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 데는 나름의 성과를 냈다. 현재 제3지대에는 인재 풀(pool)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의원 구성이 그 방증이다. 20대 국회에선 '제3지대'로 볼 수 있는 옛 국민의당 37석, 바른정당 30석 등이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선 거대 양당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중도보수 진영 제3지대'라 할 만한 국민의당은 3석에 그쳤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성공하려면 거대 양당 인사들이 당을 뛰쳐나와 합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총장과 최근 각을 세워온 만큼 현실적으로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제3지대에서 깃발을 들면 따라나설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반기문 대망론'을 믿고 당을 뛰쳐나갔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당직자들의 경우 당에 돌아오지 못하고 정치권을 반강제로 떠나게 된 사람들도 많다"며 "불과 몇 년 전 제3지대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는데 따라나설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풍랑이 심할 때는 큰 배에 남아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걸 이제 모두 깨달았다"고 귀띔했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여권 원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안철수 대표와 손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됐을 경우에는 몰라도, 손 잡자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3석짜리 정당 대표와 굳이 손을 잡겠느냐"고 했다.

세 번째 이유는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피할 이유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로 출마했을 때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5.3%,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때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5.2%였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

소속 정당에 따른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는 만큼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제3지대 후보로 대권에 도전하려면 '자금과 조직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차기 대선이 1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험로를 택하겠냐는 것이다.

"어설프게 제3지대 꿈꾸면 지지율 거품처럼 꺼질 것"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대권주자로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정당 정치의 틀 안에 완전히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며 "어설프게 제3지대니, 재야 세력이니 '단 한 번도 성공해보지 못한' 모델을 꿈꾼다면 지지율은 거품처럼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이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과 연대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보단 제3지대에서 세력을 모은 후 연대나 합당 등의 형식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원장은 "이른바 '2.5지대론'이다"라며 "안철수 대표처럼 독립적 영역을 고집하기에는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촉박하고 물리적으로도 어렵다. 다만 국민의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여전히 높아 이 같은 모양새로 힘을 합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당 조직 없이 대선을 치른다는 것은 환상 같은 이야기"라며 "윤 전 총장이 처음에는 제3지대 플랫폼을 만들겠지만 입당을 하든 합당을 하든 결국에는 국민의힘과 합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다만 윤 전 총장이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하면 당장 여권에서 '국민의힘과 내통한 것 아니냐'는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때문에 제3지대 플랫폼을 먼저 구축한 후 국민의힘과 합칠 것으로 본다. 만약 대선 직전까지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0%가 넘는데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5% 내외에 머무르면 먼저 국민의힘에서 먼저 윤 전 총장과 합치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